[암수술 잘하는 병원-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 유전체 정보 기반 맞춤형 진료 정착

“소아백혈병이나 신경모세포종, 소아뇌종양 등 소아암의 경우 치료가 어렵지만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가져달라고 당부합니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 치료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의료진들도 더 노력하고 있죠.” 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에는 특별함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성적과 함께 소아암 환자와 가족들과의 끈끈한 유대가 눈에 띈다. 암 치료를 견뎌내야 하는 아이에게나 이를 지켜보며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부모 모두에게 신뢰와 위로를 동시에 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 있는 성기웅 소아암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암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아암 환자위한 별도 팀 운영=소아암의 경우 소아백혈병, 소아뇌종양, 소아림프종, 신경모세포종 순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 전체 수는 적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소아암 환자만을 위한 별도의 팀인 소아암센터를 운영하며 치료를 전담한다. 성 센터장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가 펼쳐져 있고, 그 꿈을 이루려면 다른 암환자들보다도 의사로서 의무감이 크다. 소아암센터 전체가 나서 소아암환자 한명 한명마다 완치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 뛰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소아암은 항암제 용량을 늘리면 더 좋은 치료반응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함부로 많은 용량의 항암제를 사용하기 어렵다. 함부로 항암제 용량을 늘리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은 골수 조혈기능의 억제로 인한 감염, 빈혈, 출혈이다. 따라서 골수 기능이 회복될 수 있을 정도의 항암제만 투여할 수 있고 회복되면 다시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성기웅 센터장은 “통상적인 용량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난치성 종양의 대표적인 것이 고위험 신경모세포종, 고위험 뇌종양 등”이라며 “이런 난치성 종양에서는 고용량의 화학요법을 시행해 항암효과를 높이고,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골수기능의 저하를 막기 위해 미리 채취한 뒤 냉동 보관한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고용량 화학요법 및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치료 성과=삼성서울병원은 조혈모세포 이식 실적을 보면 소아암 분야 미국 상위 10개 병원을 월등히 앞선다. 지난 2009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0례를 넘겼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가 개발한 고용량 화학요법 및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시도했고 연속 2번 실시하는 방법을 통해 생존율을 기존 30∼40%대에서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고위험 신경모포종의 성적 중 가장 높은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성과를 다른 소아암에도 적용했다. 대표적인 소아 뇌종양인 수모세포종은 ‘수술+표준 방사선치료+일반 화학요법’으로 치료한다. 고위험(수술로 완전제거 못하거나 뇌척수 전이가 있는 경우) 수모세포종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생존율이 40∼50%로 미흡하고 표준 방사선치료에 의한 인지기능저하(IQ 70 전후), 내분비 장애, 성장장애, 2차암 등 여러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성 센터장은 “소아암센터에서는 생존율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방사선 치료에 의한 부작용 감소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감량하고 연속적인 고용량 화학요법을 시행하는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7년 생존율이 약 75% 정도로 향상됐고, 방사선 치료에 의한 후기 합병증(내분비장애, 인지기능)도 많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임상시험 결과도 세계에서 첫 번째로 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가 보고했다. 신경모세포종의 경우 국제적으로 보고된 생존율 1위 기록인 70%가 삼성서울병원이 올해 보고한 것으로, 2위 기록인 62%도 삼성서울병원이 앞서 보고한 결과다.

◇다양한 치료법 개발로 치료 성적↑=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는 또한 기존 통상적인 치료와는 다른 치료법을 개발하고 이를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면역치료와 표적방사선치료, 양성자치료다. 면역치료의 경우 고용량 화학요법 후에 재발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해 이식 후 동반되는 ‘이식편대종양반응’을 치료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성 센터장은 “최근에는 이러한 치료효과를 더 강화하기 위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후 자연살세포를 투여하는 치료도 개발됐다. 이처럼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등 면역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재발성, 난치성 소아암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표적방사선 치료는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흡수되는 물질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달아 투여하면 종양에만 방사선 동위원소가 섭취되고 그래서 종양에만 방사선치료를 하는 방법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고위험 신경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전신 방사선치료 대신에 표적방사선치료를 시행한 결과, 생존율은 이전과 차이가 없으면서도 내분비장애, 성장장애 등 후기 합병증은 현저히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소아암에서 시작한 양성자치료는 생존 후 여명이 긴 소아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성 센터장은 “양성자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의 불가피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어 앞으로 소아암 치료 후 후기 합병증을 최소화하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는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환자 별 맞춤치료’에도 적극 나선다. 같은 환자군에서 같은 치료를 시행해도 치료반응이나 치료독성이 환자마다 다양하다. 이는 환자마다, 종양마다 지닌 유전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 센터장은 “소아암센터는 2015년 말부터 ‘소아암의 유전체 분석 및 이에 기반한 표적항암제를 이용한 맞춤치료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치료가 가능했던 것은 삼성서울병원 내 삼성유전체연구소의 유전체 분석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삼성서울병원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환자와 교감능력이다. 신경모세포종 환자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이 찾을 정도로 늘 붐비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부모를 안심시켜 치료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0년동안 지방에서 올라 온 소아암 환우를 위해 병원 앞에 작은 쉼터를 만들었다. 10여년 동안 750여명의 환아들이 거쳐가며 수많은 아픔과 기쁨, 위로와 희망이 함께 어려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성기웅 센터장은 “한가지 바램은 소아암에 대한 연구와 치료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어 앞으로 더 많은 소아암 환자들이 건강하게 완치되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힘든 치료 과정 속에서도 웃음을 내보일 때면 모든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의욕이 새로 솟는다. 앞으로 더 많은 소아암 아이들을 만나 밝은 내일을 써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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