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각형이냐… 파우치형이냐… 전기차 배터리 전쟁 ‘스파크’

전기차 시장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6조4000억원 정도였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올해 9조2000억원, 2020년에는 18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가 서로 다른 형태의 배터리로 승부하는 ‘2강’ 구도를 형성하고, SK이노베이션이 추격에 나섰다.

◇‘각형’이냐 ‘파우치형’이냐…플랫폼 선점 경쟁=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그 형태에 따라 현재 ‘각형’과 ‘파우치형’ ‘원통형’으로 나뉜다. 배터리 형태는 원가는 물론 차체 구조, 디자인, 무게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각 업체들은 자사의 주력 배터리가 업계 표준으로 통용되도록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성적으로는 각형 배터리가 120개 모델에 장착돼 3가지 형태 중 가장 높은 점유율(57%)을 보이고 있다. 사각형 알루미늄 캔에 배터리를 담는 형태로 내구성이 뛰어나고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BMW 등 배터리 내구성에 주목한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각형을 주로 채택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12일 “점유율에서 드러난 것처럼 각형 배터리가 대세”라며 현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국내 업계 1위인 LG화학의 생각은 다르다. LG화학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다. 파우치형은 얇은 알루미늄 호일에 배터리 구성물들이 싸여 있는 형태다. 각형에 비해 비싸지만 두께가 얇아 부피면적당 효율이 높다. 각형처럼 직사각형 모양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차량 디자인에 적용이 가능하다.

LG화학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업계 표준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가벼운 차체와 고효율을 지향하는 자동차 업계 트렌드를 감안하면 파우치형이 조만간 대세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미 LG화학은 현대·기아차와 GM, 아우디 등 20여개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도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각형과 파우치형이 양분하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테슬라가 자사 모델에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하면서 점유율이 급격히 올랐다. 원통형은 일반 건전지 모양의 원통 모양을 하고 있다. 다만 한때 노트북 등에 사용된 구(舊)버전이어서 업계 표준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대 시장 중국 잡기 나선 3사=배터리 전쟁은 전기차 시장의 큰손인 중국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3개사 모두 중국시장 잡기에 ‘올인’하는 이유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난징에 순수 전기차(EV) 기준으로 연간 5만대 분량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지어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SDI도 시안에 연간 4만대 분량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2020년까지 6억 달러를 투자해 10억 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에 합작회사(BESK)를 설립해 배터리 생산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먼저 수주를 받은 뒤 생산라인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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