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이끌겠다는 경제 사령탑들의 말이 오락가락하면서 금융시장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시간만 끌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형국이다.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터 입장이 수시로 바뀌었다. 유 부총리는 당초 조선·해운 업종의 구조조정이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는 추경 편성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발권력 동원과 관련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한은 입장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가 다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도록 하겠다”고 해 논란을 자초했다.
한은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2일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시장에서는 양적완화를 둘러싼 정부와 한은의 갈등을 수습한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지난 5일 독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출자보다 대출이 적합하다”며 한은의 직접 출자를 바라는 정부에 다시 각을 세웠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시중은행들의 자본력을 늘려주기 위해 만든 자본확충펀드를 예로 들며 담보가 있는 대출로 국책은행을 지원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일 독일 출장에서 귀국하면서 “자본확충펀드가 한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라고 다시 한 발 물러섰다.
정부와 한은의 수장들이 구조조정에 관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더 키우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분석에 따르면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지목된 5대 공급과잉 업종(조선·해운·건설·석유화학·철강)의 경우 신용등급 A급 이하 기업은 직접적인 구조조정의 영향권에 들어가 회사채를 유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발행상 어려움을 정부 보증을 통해 극복한다고 해도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채권을 사려고 선뜻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란 예상이다.
은행들은 이미 구조조정이 임박한 대기업에 대한 대출 관리에 나섰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선·해운 관련 구조조정이 정리될 때까지 이들 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투자 김상만 연구원은 8일 “일반은행의 경우 5대 공급과잉업종에 대한 노출도와 부담이 국책은행보다 크지 않다”면서도 “경기둔화가 장기화되면 구조조정 대기업과 거래나 하청관계가 있는 중소기업의 기초체력이 떨어져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개별적으로는 크지 않은 노출이 쌓이게 되면 일반은행도 (국책은행처럼)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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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재원 혼선, 금융 불안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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