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이란發 훈풍… 국책銀 ‘돈줄’에 달렸다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국내 건설사의 이란 진출 역시 본궤도에 올랐다. 저유가 영향 등으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해외 건설업계에서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상당수 프로젝트가 국책은행 등을 통한 자금 지원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업 자체를 낙관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크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양사 대표는 지난 3일 이란 발주처 관계자들과 만나 1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플랜트 공사인 바흐만 제노 정유시설 공사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우건설은 또 15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3공구에 대한 MOU도 체결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일에는 임병용 GS건설 대표가 만수르 모아자미 이란 산업광물통상부 차관과 모두 80억 달러 규모의 사우스파스 11·14단계 프로젝트 MOU에 사인했다. 이밖에 대림산업이 이스파한∼아와즈 철도 건설사업(53억 달러), 박티아리 수력발전(19억 달러) 가계약을 이달 중 체결할 예정인 것을 비롯해 각종 인프라 건설사업에 국내 건설사의 진출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협약의 경우 아직 수주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건설사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저유가 이후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는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 수주액은 12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461억 달러) 역시 전년(660억 달러)과 비교하면 30%나 줄었다. 해외 시장은 최근 2∼3년 사이 건설사 실적 악화의 주범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건설사의 향후 성장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제재 전인 2009년 국내 업체가 24억9200만 달러를 수주해 그해 수주 순위 5위에 오른 이란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융 조달 등 이후 해결해야 할 것 역시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이란의 경우 오랜 경제제재로 시공 업체에 자금 조달을 함께 맡기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금 조달은 주로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이뤄져 국책은행과 발주처 간 이견이 생길 경우 공사 진행이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8월 청와대가 대표적인 ‘세일즈 외교’ 사례로 들었던 카자흐스탄 발하쉬 전력용량 구매계약(188억 달러 규모) 사업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수출입은행 등 대주단이 카자흐스탄 정부의 지급보증이 없을 경우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9월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더욱이 국내 해운·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국책은행의 자금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은) 플랜트 등 계약 규모가 상당히 큰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파이낸싱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실제 계약 체결 및 수주 여부는 하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을 함께 조달해야 하는 사업이 대부분이어서 그만큼 불확실성도 크다”고 말했다.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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