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한국에서 이렇게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이 나왔다는 게 굉장히 뿌듯하다. 이런 시도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조성희 감독 이하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4일 개봉하는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홍길동이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섰다가 거대 비밀조직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안티 히어로라는 소재를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구현했다. ‘늑대소년’(2012)을 연출한 조 감독의 장기가 십분 발휘됐다.
“홍길동은 까칠하고 정의감이 없는 인물이에요. 사람을 구하는 데도 관심이 없죠. 그런 캐릭터가 과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관객을 어떻게 설득시키고 공감을 얻을지가 관건이었어요.”
조 감독은 홍길동 역에 이제훈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 역할에 딱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감독의 기대대로 그는 순간순간 변하는 표정연기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판타지에 현실감을 불어넣은 것도 그의 몫이었다. 이제훈은 “허구의 이야기라도 그 속에 존재하는 캐릭터는 실제처럼 느껴지길 바란다”면서 “그게 내가 작품에 임하는 기본이다. 진정성을 담고 싶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다 뒤늦게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더 치열하게 작품에 매달렸다. 2012년 군 입대 하루 전날까지 영화 ‘파파로티’ 후시녹음을 했을 정도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이런 노력이 밑바탕에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훈은 아직 목마르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도 작품을 많이 하다보면 눈빛이나 표정, 대사 하나 만으로 극의 공기를 들었다 놨다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했는데…. 점점 더 어렵더라고요.”
이제훈은 자신을 “많이 부족하고 완성되지 않은 배우”라며 “그렇기에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목숨 걸고 연기하겠다는 초심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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