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계에서 최근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프랑스 파리 공연 소식이 화제였다. ‘변강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이 지난달 중순 권위 있는 파리 테아트르 드라빌(시립극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작품의 해외 공연에 있어서 자막의 중요성이 새삼 제기됐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프랑스 공연 성공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자막의 역할이 매우 컸다. 파리에서 한국어 강사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한유미(47)-에르베 페조디에(59) 박사 부부가 공동으로 만든 자막은 이 작품의 해학과 성적 은유를 제대로 전달했다. 덕분에 프랑스 관객은 판소리 특유의 발성법과 낯선 한자 단어 때문에 내용 일부가 잘 전달되지 않는 한국 관객보다 더 많이 웃었다.
실제로 ‘변강쇠 점 찍고 옹녀’처럼 해외 무대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자막이 공연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에는 자막 없이 공연 전에 내용을 간략하게 적은 종이를 나눠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웬만하면 자막을 준비한다. 하지만 판소리 등 전통 장르의 경우 자막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데도 번역 자체가 좋지 않아 현지 관객들이 중간에 나간 적도 꽤 있다고 한다.
공연 자막은 대사를 100% 넣으면 관객이 전부 읽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무대에 집중할 수 없어 70∼80%로 압축한다. 그런데, 번역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압축까지 하다 보니 작품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문학 작품에 일가견 있는 번역가라 하더라도 라이브가 특징인 공연 장르의 속성을 모르면 좋은 자막을 만들지 못한다.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한국 문학의 부족한 번역을 꼽는다.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도 자막의 중요성이 간과된 점이 없지 않다. 현지 관객과 소통하는 창구인 자막은 해외 진출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초반부터 염두에 둬야 한다.
장지영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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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장지영] 공연 자막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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