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알제리 난민촌 ‘약골 소년’ EPL 정복하다

Է:2016-04-2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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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시티 미드필더 마레즈, 잉글랜드축구협 ‘올해의 선수’ 수상

佛 알제리 난민촌 ‘약골 소년’ EPL 정복하다
레스터시티 리야드 마레즈가 25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 킹파워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완지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에서 전반 9분 선제골을 넣은 뒤 두 팔을 벌린 채 기뻐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경기 후 런던에서 열린 2016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 시상식에 참여해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레스터시티 홈페이지
“너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어 당장 계약할 수 없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감독의 말을 듣던 18세 소년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알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소년은 이내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 아직 기회가 있었다. 2009년 7월 시작된 프랑스 4부 리그 소속 아마추어팀 캉페르의 입단 테스트에 지원해 한 달을 뛴 소년은 이를 악물고 더 열심히 뛰었다. 결국 그해 9월 20명의 지원자들 중 유일하게 계약에 성공했다. 이때만 해도 리야드 마레즈(25·레스터시티)가 2015-2016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뽑힐지 아무도 몰랐다.

레스터시티 미드필더 마레즈는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6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 시상식에서 디미트리 파이예(29·웨스트햄), 해리 케인(23·토트넘), 제이미 바디(29), 은골로 칸테(25·이상 레스터시티), 메수트 외칠(28·아스날) 등을 제치고 영광을 차지했다. 이날도 마레즈는 레스터 킹파워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완지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에서 전반 9분 선제골을 넣어 팀의 4대 0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구단이 준비한 헬리콥터를 타고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 PFA 시상식에 참석했다.

마레즈는 1991년 2월 파리 북부 교외지역인 사르셀레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알제리, 어머니는 모로코 출신이었다. 사르셀레스는 1950∼1960년대 알제리전쟁 난민들이 밀집해 사는 동네였다. “이웃끼리 친하게 지내는 그런 동네였어요. 여섯 살 때 아버지가 저를 축구 클럽으로 데려갔던 게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레즈는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알제리와 프랑스의 작은 클럽에서 선수 생활을 한 아버지가 마레즈의 축구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십대 초반 AAS 사르셀레스에 입단한 마레즈는 작고, 다리도 가는 약골이었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감과 성공에 대한 의지였다. 그는 종종 친구들에게 나중에 세계적인 명문구단 FC 바르셀로나에서 뛸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마레즈가 15세 때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훗날 “아버지가 없다는 현실이 힘겨웠지만 그 때문에 더 강해졌다. 축구에 대한 야심이 더 커졌다. 아버지는 내가 프로선수가 되길 바라셨다”고 했다.

마레즈가 레스터시티에 입단한 것은 우연이었다. 레스터시티는 2012년 8월 프랑스 2부 리그의 르아브르에서 뛰던 마레즈를 발견했다. 시즌 개막전에 나선 마레즈는 윙어를 찾고 있던 레스터시티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14년 1월 10년 만에 1부리그 복귀를 준비하던 레스터시티는 이적료 45만 파운드(약 7억 5000만원)에 마레즈를 영입했다.

마레즈는 2013-2014 시즌 리그 19경기에 출장해 3골 5도움으로 팀의 챔피언십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0경기에서 4골 3도움에 그친 그는 이번 시즌엔 34경기 17골 10도움으로 팀의 우승 경쟁을 이끌고 있다.

마레즈는 바디, 칸테와 함께 레스터시티 공격의 핵심이다. 세 선수는 과거 7부리그 또는 그 아래 레벨에서 뛰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레즈는 바디와의 호흡에 대해 “이제 서로의 플레이를 이해하게 됐다. 우리 둘은 서로에 대한 경쟁심은 전혀 없다”고 했다.

리버풀 출신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제이미 캐러거는 지난해 12월 ‘스카이 스포츠’에서 “마레즈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게서만 보던 플레이를 보여 주고 있다. 두려움 없이 상대 수비를 돌파해 내는 모습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마레즈가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외신들은 바르셀로나가 MSN 라인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마레즈를 영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레스터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2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라도 내게 와서 빅클럽으로 떠나겠다고 하면 언제든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꿈은 끊임없이 꿈꾸는 자의 것. 언젠가 바르셀로나에서 뛰겠다고 했던 소년의 꿈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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