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간 北 이수용 ‘빈손’

북한 이수용(사진) 외무상이 21일(현지시간) 유엔을 방문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강화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유엔을 통해 완화해보려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을 방문한 이 외무상을 만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외무상은 공식 연설에서 대북 경제제재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심지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누가 최후에 웃는가 보라”고 협박성 발언까지 쏟아냈다. 북한이 유엔에서 열리는 실무자급 회의에 이례적으로 외교 수장을 보내 대화를 시도해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는 그동안 전문가들의 예상이 무색해졌다. 실제로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가 열리지 않을 때 미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유엔 실무급 회의 ‘2030 지속가능개발 목표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 이 외무상은 회원국 대표 자격으로 연설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핵전쟁 연습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북한도 핵 개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대화도 해보고 국제법에도 호소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제재 대상에 올려놓은 것 자체가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위반한 것”이라며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물밑대화도 진척이 없었다. 케리 장관은 물론 반 총장도 이 외무상을 따로 만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사무총장과의 면담 스케줄은 없다”고 확인했다. 이 외무상은 22일 기후변화협약 서명식에 참석한 뒤 23일 귀국한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왜 북한과 대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북한이 과거의 약속을 이행하고 한반도 비핵화로 나아가는데 진정성이 있다면 대화할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은 거꾸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본부(뉴욕)=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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