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망 보험금 잇단 소송전… 교통정리 필요하다

2013년 2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원룸 건물에서 A씨가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추락사’였다. 그는 이 건물 6층에서 혼자 살았다. 그런데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수사 기관은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상해사망 보험금’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2011년 12월부터 5개월간 보장성 보험 5개를 가입했다. 보험금 수령자는 부모, 배우자, 자녀 등 다양했다. 각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25억원에 달했다. 보험사들과 A씨 유족은 ‘사인이 무엇인지’ ‘A씨가 부정한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는지’를 놓고 다퉜다.

‘사망원인 불명’ 법원의 판단 차이는?

보험사 측은 “이미 다수의 보험을 든 상태에서 5개월 만에 보험 5개를 추가로 가입했다. A씨가 스스로 뛰어내려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103조에서 규정한 ‘사회 질서에 반하는 계약’이므로 보험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군 제대 후 적게나마 지속적으로 소득활동을 했고, 그가 내야 했던 보험료가 월수입·재산 등에 비춰 과도하다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망사고는 보험 계약 후 10개월 뒤 일어났으므로 보험금을 위해 고의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험금 5억원을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판사 박형남)도 20일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사망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무조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현룡)는 태국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한 B씨의 유족이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을 지난해 11월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B씨가 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고 봤다.

B씨 유족들은 “B씨가 발코니에서 사진을 찍다가 추락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B씨가 보험 계약을 다수 체결할 당시 재산보다 빚이 더 많았다”며 “사망 몇 달 전 가족에게 ‘사고사로 위장해서… 죄송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보험사기를 계획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 ‘자살 시 보험금 지급 여부’ 전원합의체 회부

‘자살’이면 판단은 더 난해하다. 대법원은 2012년 열차선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C씨의 유족이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을 최근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1심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 C씨와 교보생명이 2004년 재해특약을 맺었는데, 교보생명 측은 ‘당시 생명보험 표준약관을 부주의하게 잘못 썼다’고 주장한다. 당시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나 자살했다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2심 재판부는 ‘자살을 재해로 인정한 게 아니라 업무상 실수였다’는 교보생명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C씨와 같은 자살 보험금 관련 소송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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