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경찰 첫 합동단속, 한인 성매매업소 일망타진

한국과 미국 경찰이 미국 현지 한인 성매매업소에 대한 첫 합동 단속을 벌여 업주와 광고사이트 운영자 등 수십명을 검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 연방경찰과 함께 뉴욕과 뉴저지의 성매매 업소 10곳을 덮쳐 한국인 업주 5명 등 48명을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국내 체류 중이던 해당 성매매 업소 광고사이트 관리자 김모(38)씨도 체포해 성매매알선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업주들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뉴저지와 뉴욕주 등지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해 16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성매매 여성은 40명으로 모두 20, 30대 한국인이었다. 대부분 90일 비자면제 방식으로 미국에 들어가 성매매를 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는 2014년 3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 주로 머물며 미국 온라인 광고 사이트에 현지 한인 성매매 업소 29곳을 광고한 혐의를 받는다. 업소의 인터넷 사이트 도메인과 성매매 여성의 사진을 올려 성매수자를 유인했다.

미국에서 검거된 함모(63·여)씨는 김씨의 어머니로 자신들이 광고해주는 성매매 업소를 돌며 수수료를 수금했다. 사이트마다 주당 75∼150달러(약 8만5000∼17만원)씩 월 5000달러(약 567만5000원) 정도를 받았다. 아들 김씨는 이 돈을 송금 받아 한국에서 포르쉐 스포츠카와 BMW 세단 등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골프를 즐겼다. 한국에 정착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뉴저지주 페일리 디킨슨대를 졸업한 뒤 미국 대형 투자은행 JP모건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일리 디킨슨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08년 9월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학교다. 김씨는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차에 한인 사회에서 친하게 지내던 김모(42)씨가 함께 일을 해보자고 권유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웹디자이너인 김씨는 성매매 업소 사이트를 관리한 혐의로 광고업자 주모(39)씨와 함께 미국에서 검거됐다. 이들도 미국 시민권자다. 업주들은 이들과 고객 정보를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영업했다.

양국 경찰은 현지 한인들이 운영하는 불법 성매매 업소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7월부터 공조 수사를 진행했다. 피의자들이 한국계 미국인이거나 한국인인 데다 주요 피의자인 김씨가 주로 한국에 체류해 있어 미국 측이 공조 요청을 했다. 미 수사대표단은 지난해 9월 초 처음 방한해 정보를 공유하고 증거자료 분석회의를 거쳤다.

단속과 검거 작전은 13일 오후 7시 한국과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인 미국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현지에서는 미 연방경찰 등 250여명이 투입된 단속 작전에는 한국에서 파견된 경찰 3명도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어로 된 증거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함씨의 아들 김씨는 같은 시간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아파트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미국 측과 별개로 성매매 업주 등에 대한 자금세탁 혐의를 조사하고 범죄수익금을 환수할 예정이다. 성매매 여성은 송환하는 대로 사법처리하고 이들을 현지로 보낸 브로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 경찰과 적극적으로 공조해 범죄자는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반드시 검거돼 처벌받는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