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지언] 흡연은 니코틴 중독이라는 질병

최근 수십년간의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 결과, 흡연이 치명적인 건강 위해요인임이 확실히 밝혀지고 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담배를 인체발암성이 충분히 입증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데 본인의 직접흡연뿐만 아니라 간접흡연 역시 똑같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흡연으로 평균 6초에 한 명씩 사망하고 있으며 매년 약 600만명의 흡연자가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연에 성공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담배에 대한 심리적 의존감, 환경적 요인 등이 있으나 가장 근본적 원인은 담배가 함유한 니코틴에 우리의 뇌가 중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WHO에서는 흡연을 ‘단순한 불건강 행위’가 아니라 ‘니코틴 중독이라는 질병’임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담배를 피우면 7∼10초 사이에 니코틴이 뇌의 보상회로(쾌락중추)에 영향을 미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킨다. 도파민은 다행감과 같은 쾌락을 느끼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파민 농도가 떨어지게 되면 불안, 초조, 우울, 예민함, 짜증, 불면과 같은 금단증상이 생긴다. 즉 흡연자는 초기에는 담배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만 결국은 니코틴의 자극이 없어지는 금단현상을 견디지 못해 흡연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흡연을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겪게 되는 니코틴 중독에 따른 흡연갈망과 금단증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니코틴 중독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독 치료뿐만 아니라 담배 자체에 대한 인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담배에 함유된 7000종이 넘는 유해물질의 영향으로 흡연자가 치명적 질병을 앓게 되며 그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담배는 건강을 해치는 독극물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야 한다. 흡연은 단지 나쁜 생활습관이 아니라 그 자체가 니코틴 중독이라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강지언 중독정신의학회 금연특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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