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03호 법정. 중·고등학생 15명이 허공에 뻗은 두 팔을 휘저으며 법정 구석구석을 쓰다듬었다. 손길은 ‘피고인석’이라고 적힌 명패를 지나 책상 위에 놓인 마이크, 증인석 앞 의자로 향했다. 서울고법 성낙송(58) 수석부장판사가 법대를 두드리며 외쳤다. “자, 여기가 판사님들이 앉는 자리입니다.” 아이들의 고개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일제히 돌아갔다. “내가 판사석에 앉을 거야.” “그럼 나는 검사석!”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맹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인 중·고등학생들을 법원에 초청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4월 시각장애인 김동현(34) 재판연구원을 선발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과 김 연구원이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법정 견학은 ‘덤’으로 이뤄졌다.
나도 판사가 되고 싶은데… 어려울까요?
김 연구원은 로스쿨 재학 중에 시력을 잃었다. 그래도 점자 교재 등을 이용하면서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연구원 채용 시험에 이어 변호사 시험까지 통과한 그는 현재 서울고법 민사29부(부장판사 민유숙) 소속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은 김 연구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헌법이 기반인가요, 대한제국 헌법이 기반인가요?” “사법부가 이른바 ‘봐주기 판결’을 한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죠?”
중학교 3학년 염철빈(15)군은 “시각장애인으로 법원에서 일하며 불편한 점이 없느냐”고 물었다. 염군은 “2012년 시각장애인 판사로 임용된 최영(36) 판사처럼 판사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이 뭔지 얘기해 줬으면 한다”고도 물었다. 염군은 로스쿨이 생긴 뒤 등록금 부담 등의 이유로 법조인의 꿈을 접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김 연구원은 “사실 불편한 점은 많다”고 답했다. 이어 “최영 판사님도 처음 법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 계속 (불편함을) 말하니까 환경이 점점 달라지는 것 같다”며 “여러분과 함께 법원에서 근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염군은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다시 살아났다. 열심히 공부해 반드시 법원에 다시 오겠다”며 웃었다.
올해도 어려운 ‘장애인 고용률 3%’
장애인 고용률은 법원의 또 다른 ‘그림자’다. 2009년 10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은 국가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3%로 규정했다. 그러나 법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7년이 흐른 현재도 2.5% 수준에 불과하다.
대법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9급 법원 사무직렬 합격자 중 장애인은 13명에 불과하다. 당초 뽑으려 한 선발예정 인원(21명)의 62% 수준이다. 2010∼2013년 88∼104%대를 유지하던 장애인 합격률은 2014년 78%로 하락하더니 지난해 38%로 뚝 떨어졌다. ‘사법부가 장애인 고용 촉진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은 2007년과 2011년, 2014년 등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사항이었다.
법원은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법원 측은 15일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응시생 수가 적고, 성적이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특정 시점에 고용을 확 늘리면 이후 장애인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측은 “장애인 고용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중이며, 1∼2년 안에 의무고용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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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판사님처럼 저도 법조인 되고 싶어요”
서울맹학교 학생들, 장애인의 날 맞아 법원 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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