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직 남은 의혹들… 얽힌 매듭 풀어야 ‘참된 치유’

세월호는 아직 거기 있다. 맹골수도 수심 44m 지점에 왼쪽으로 누워 가라앉아 있다.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호를 둘러싼 핵심 의혹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있다.

배가 왜 가라앉았는지, 왜 탑승객들을 배 안에 있으라고 했는지, 속 시원한 설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30분 전날 밤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항으로 향하던 세월호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서거차도 사이로 들어섰다. 조류가 거셌다. 세월호는 이곳에서 지그재그로 운항하다 그대로 뒤집어졌고, 서서히 침몰했다.

침몰하는 배에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선장과 선원들은 자기들끼리만 빠져나왔다. 수학여행을 나선 안산 단원고 학생 등 탑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숨졌다. 9명은 아직 시신도 찾지 못했다.

여전히 불투명한 침몰 원인

세월호는 어쩌다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았을까.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2014년 10월 검찰은 무리한 증·개축에 따른 복원성 악화, 화물 과적과 고박 부실을 침몰 원인으로 꼽았다. 한때 불거져 나왔던 잠수함 또는 다른 선박과의 충돌설, 암초에 따른 좌초설 등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조타 실수를 직접적인 침몰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타수가 조타 미숙으로 급격하게 뱃머리를 우현으로 돌렸고, 이로 인해 배가 좌현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광주고법과 대법원은 조타 실수를 침몰 원인으로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4월 광주고법은 조타수의 조타 실수를 인정하려면 사고 당시 세월호 엔진이나 조타기 등의 상태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며 ‘조타 미숙에 따른 급변침’을 침몰 원인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관련 부품을 정밀히 조사해야 사고 원인 등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바꿔 말하면 세월호 인양 전까지는 침몰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가만히 있으라”고 누가 지시했을까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도 진상규명은 답보 상태다. 지난해 12월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는 허탈했다.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구난과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주제로 진행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박종대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분통 터지는 증언을 들어야 했던 유가족들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지난달 28∼29일 있은 2차 청문회에서는 참사 당시 청해진해운의 지시에 따라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대기 방송을 했다는 진술이 최초로 공개됐다. 청문회에서 선내 방송을 담당했던 세월호 여객부 직원 강혜성씨는 양대홍(사망) 여객부 사무장과 나눈 무선 내용을 밝혔다. 강씨는 “양 사무장이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다.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기다려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 기록의 신뢰성도 도마에 올랐다.

‘좌초 위기’ 세월호 특조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맡은 특조위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세월호 특별법은 ‘(특조위)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조위는 지난해 활동기간을 6개월 늘려 1년6개월간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특조위는 오는 6월 말 활동을 종료하게 된다. 이대로라면 7월로 예정된 세월호 인양 이후 특조위 조사는 불가능하다.

특조위는 지난해 9월 진상규명 조사신청 접수를 시작해 지난달 마감했다. ‘급변침이 침몰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 등 239건이 접수됐고 176건을 조사하고 있다. 제대로 조사하기에 두 달 남짓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2차 청문회 이후 특조위 관계자는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사실에 대해 특검을 요청하거나 검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검 수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특조위가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한 특검 요청안은 표류 중이다. 특조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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