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에 2개, 시에 3개의 인사를 해야 한다.”
2010년 전라남도 투자유치자문관 출신 최모(46)씨가 한 수도권 기업을 나주산업단지로 유치하며 건넨 이 말은 “전라남도 공무원에게는 2000만원, 나주시청 공무원에게는 3000만원의 뒷돈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최씨가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2014년 광주지법 판결문에 적혀 있다. 최씨는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지하주차장에서 공무원에게 건네거나 일부는 가로채 썼다.
그는 서류를 조작해 이전적격 기업으로 선정되는 데 유리하게 만들어 주겠다며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보조금 성공보수 명목의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실제로 이전 전 공장부지 면적을 부풀리거나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제출했다. 최씨가 “보조금을 주는 담당 공무원들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기업 관계자들은 서슴없이 지갑을 열었다. 각종 불법·탈법이 얽힌 이들의 보조금 사냥에 국가는 70억여원을 부당 지출해야 했다.
국고보조사업이 확대되면서 최씨와 같은 ‘보조금 에이전트’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게 사정 당국의 설명이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쓰이는 표현도 ‘보조금 브로커’ ‘보조금 멘토’ 등으로 다양해졌다. 대개 국고보조금의 속사정을 잘 아는 공무원 출신들이 에이전트 역할을 맡는데, 때로는 실제 담당자에게 뒷돈을 건네는 전달자로도 뛴다. 화물 하역실적을 위조해 해양수산부로부터 66억원가량의 국고보조금을 편취할 수 있었던 범행(국민일보 4월 4일자 2면 참조)에서도 국가보조금 청구·수령 등 핵심적인 역할은 옛 국토해양부 항만국 민자사업팀장 출신 박모(64)씨가 했다.
부산지검이 적발한 보조금 에이전트 김모(39)씨의 경우 아예 국고보조금 신청 대행 영업을 한다며 ‘한국기업진단’이라는 상호의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각종 택시업체의 운영자들을 소개받아 ‘고령자 정년연장 지원금’을 신청하라고 부추겼다. 55세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거나 정년을 폐지한 것처럼 취업규칙을 허위로 작성해 관할 고용센터에 제출하는 방식을 썼다. 컨설팅은 성공이었다. 15개 기업은 김씨의 컨설팅을 받아 9억6600여만원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는 정년을 3년 단축한 기업도 있었지만 서류심사 단계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부정수급한 지원금의 20∼30%를 수수료로 받아온 김씨는 수사기관에 적발돼 지난해 부산지법에서 징역 2년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항소는 기각됐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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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국고보조금] ‘보조금 편취 멘토’까지 등장했다
지방 투자유치 자문관 출신, 보조금 신청 대행사 차린 뒤 허위 서류 작성 도와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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