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뉴스] 시골에도 ‘영화꽃’이 피었습니다… 전국 작은영화관 주민들에 인기

Է:2016-03-3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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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시집 와 영화 구경은 50년 만에 처음이구먼”

[슬로 뉴스] 시골에도 ‘영화꽃’이 피었습니다… 전국 작은영화관 주민들에 인기
경북 영양에 30일 개관한 작은영화관의 외관. 이곳 주민들이 매표소에서 줄을 서 입장하는 모습. 개봉작 ‘대배우’를 관람하고 있는 주민들(왼쪽부터 시계방향).
[슬로 뉴스] 시골에도 ‘영화꽃’이 피었습니다… 전국 작은영화관 주민들에 인기
전북 장수의 작은영화관에서 지역 주민들이 3D안경을 쓰고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인천 강화의 작은영화관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슬로 뉴스] 시골에도 ‘영화꽃’이 피었습니다… 전국 작은영화관 주민들에 인기
전국의 작은영화관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작은영화관은 현재 21개가 운영 중이며 올해 8개가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영화 관람객이 한해 2억명을 돌파하고 1인당 관람횟수가 4.22회에 달하지만 서울에 집중되고 229개 기초자치제 중 82개는 극장이 없는 등 문화향유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죠.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지역특산물인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시화(73)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처녀 적에는 부모 몰래 읍내에 가끔 영화를 보러 갔거든요. 시집오고 나서는 50년 만에 영화 구경 처음이구먼. 우리 동네에 극장이 생겼으니 얼마나 좋은가요. ‘대배우’ 주인공 오달수는 안 왔는가? 이 먼 데까지 어찌 오겠는가. 얼마나 바쁘겠어.”

인구 1만7000여명인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 영화관이 생겼습니다. 영양문화원 2층 소공연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영양작은영화관’은 1개 상영관에 99석(장애인 1석 포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30일 열린 개관식에는 주민 100여명이 참가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있고, 중년 아줌마와 아저씨도 있고, 남녀 중학생들도 함께했지요.

영양여중 1학년 김지연(13)양은 열렬한 영화팬이랍니다. “1주일에 한 번은 안동으로 가서 영화를 봤는데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야 돼요. 안동에는 CGV와 롯데시네마가 있거든요. 왔다 갔다 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영화 한 편 보는 데 하루 종일 걸려요. 집 바로 옆에 극장이 생겨 보고 싶은 영화를 자주 볼 수 있게 돼 너무 기분 좋아요.”

‘영양작은영화관’은 월요일과 화요일엔 휴관이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에 다섯 차례 신작을 상영합니다. 개관일은 전체 무료 관람이고 팝콘과 음료수까지 제공했습니다. 주민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31일부터는 일반 영화관 입장료의 절반가량인 5000원을 받습니다. 4월 3일까지는 ‘대배우’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상영되지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금순환(60)씨는 대배우가 되기를 꿈꾸며 20년째 무명배우로 활동하는 영화 주인공의 얘기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힘든 생활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극중 오달수의 연기에 공감이 갔어요. 영양군에는 다문화가족이 163명 있는데 다음에 영화를 같이 보고 얘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작은영화관 건립비용은 문체부에서 50%, 지자체에서 50%를 충당한 답니다. 영양작은영화관은 총 2억원의 예산 가운데 문체부 국비 1억원, 경북 도비 3000만원, 영양 군비 7000만원이 지원됐습니다. 운영은 지자체 또는 민간위탁(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합니다. 지난해 전국 작은영화관을 이용한 총 관객 수는 67만명으로 규모는 작지만 문화소외 지역에 큰 역할을 한 셈이죠.

지난해 개관한 인천 강화군의 작은영화관은 이 지역에 24년 만에 들어선 개봉영화관이랍니다. 개관 10개월 만에 강화 군민(6만7030명) 평균 1명당 한 번씩 영화를 관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강화교육지원청의 요청으로 지난해 여름방학 영상제작 집중캠프를 운영하기도 했답니다. 15명의 중학생이 단편영화를 찍고 시사회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지요.

2010년에 개관한 전북 장수의 작은영화관은 2014년 4만270명이 찾아 이곳 인구의 두 배가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면단위 오지마을 주민들을 위해 현대자동차에서 기프트카를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장수군 산서면 원흥마을 변경내(65)씨는 “읍내에 영화관이 생겨도 교통이 불편해 엄두를 못 냈는데 기프트카 덕분에 평생 처음으로 영화를 보게 됐다”고 합니다.

전북 무주의 작은영화관은 무주산골영화제와 더불어 시골마을 주민들의 문화향유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극단 활동을 하고 있는 양상모(42)씨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시골에서 부모님 모시고 농사짓고 살다 보니까 대전 등 대도시에 가서 영화 본다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다. 산골 영화관이 생겨 단체 관람도 할 수 있고 너무 좋다”고 즐거워했습니다.

강원 홍천의 작은영화관은 탈선 우려가 있는 청소년의 가족을 초청해 무료로 영화를 관람하는 행사를 매달 갖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산교육장의 역할을 영화관이 했다는 겁니다. 강원 화천의 작은영화관은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 장병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죠.

멀티플렉스 극장에 밀려 대도시의 단관 극장이 사라지는 시대에 작은영화관이 옛 추억과 낭만을 되살리고 있는 셈이죠. 작은영화관은 낮에는 관객이 없고 밤이나 주말에 주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수익보다는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를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지자체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극장만 지어놓고 콘텐츠가 없어 썰렁한 여느 지자체의 공연장처럼 퇴색해서는 안 되겠지요.영양=글·사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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