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폭탄’ 막판까지 돌리기… 與 최고위-공관위, 劉 공천 논의 지연

4·13총선 후보 등록이 코앞이지만 ‘유승민 공천 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확히 말하면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천기구 모두 논의를 중단한 채 시간이 흘러가기만 바라고 있는 형국이다. 핑퐁게임을 펼치듯 서로에게 결정을 전가하며 ‘유승민 고사(枯死) 작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경선에서 탈락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탈당한 진영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에 공천해줄 것을 공천관리위원회에 권고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의사결정으로, 만장일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전 수석은 제안을 고사(固辭)했다.

반면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을 공천심사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오전 회의 후 최고위원들은 유 의원 거취 논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 “공관위에서 할 일”이라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수의 유승민계 의원의 공천배제(컷오프)를 주도했던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전날 “유 의원이 (자진사퇴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은 “오늘도 (유 의원의 결단을) 기다린다”고 했다.

당초 정치권에선 지지도가 높은 유 의원을 컷오프할 경우 역풍이 두려워 공관위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최근엔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도 출마를 못하게끔 친박(친박근혜)계가 지연작전을 펴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박종희 공관위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유 의원을 경선에 부칠 타이밍은 지났다”고 말했다.

공관위가 컷오프를 결정한다고 해도 후보 등록일 전에 발표돼야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가 가능하다. 공직선거법은 ‘당원인 자는 무소속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진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이상 공관위의 결정이 후보등록일(24일) 이후에 나오면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는 무산될 공산이 크다.

김무성 대표가 이 같은 상황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것을 두고도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서 사람을 죽인다)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유 의원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 대항마로 부각될 게 뻔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권 주류의 ‘유승민 죽이기’를 김 대표가 앞장서서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천 배제된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공관위가 23일까지 결정을 보류해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도 못 나가게 한다는 말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며 “이 광풍을 막을 사람은 오직 김 대표뿐”이라고 촉구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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