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인간문화재

‘인간문화재’는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및 예능 보유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공식 용어가 아니지만 세간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은 전통유산을 지켜온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도는 1962년 시행된 문화재보호법에서 비롯됐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전통유산을 국가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한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참고했다. 일본에선 중요무형문화재를 속칭 ‘인간국보’로 부른다.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재 제도가 일본과 다른 건 전수교육 의무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전통 기능 및 예능 분야에서 혈연이나 사제관계를 통해 대를 이어가는 가문이 적지 않았다. 가부키처럼 지금도 인기 있는 전통 예능도 여럿 있어서 굳이 전수교육의 의무를 강조하지 않아도 배우려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수교육의 의무는 곧 이수자 배출의 특권과 같은 말이 되었다. 보유자가 각종 전승교육을 도맡아 하기에 제자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경제적 이익도 수반된다. 반면 보유자를 내지 못하는 유파는 이단처럼 여겨지면서 제자가 모이지 않아 결국 맥이 끊기게 된다.

여기에 ‘원형’에 대한 필요 이상의 집착도 문제다. 보유자는 기능 또는 예능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돼 있다. 원형을 어느 시점까지로 볼 것이냐를 놓고 따지기 시작하면 문제가 많다. 게다가 이런 집착이 전통예술을 지나치게 고착화되고 규격화된 예술로 변질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무용계가 보유자 선정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문제는 태평무만이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갈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오는 28일 무형문화유산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법률인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지만 인간문화재를 둘러싼 해결책이 나올지 의문이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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