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佛로 총출동… 해외 첫 진지 구축 나섰다

“프랑스가 한국문학을 제일 잘 수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문학 독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프랑스다.”(문학평론가 정과리)

“전 세계에서 한국문학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이 프랑스다. 프랑스에는 한국 책을 내본 경험을 가진 출판사도 많다. 한국문학으로서는 어떤 언어권보다 프랑스가 거리감이 적은 편이다.”(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

한국출판은 프랑스에서 최초의 해외 진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16일 오후 6시(현지시간) 파리 근교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개막된 ‘2016 파리 도서전’은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무대다.

한국은 파리 도서전 주빈국 참가를 계기로 한·불 수교 130년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 책들을 프랑스에 집중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국은 도서전 중앙부에 507㎡ 규모의 주빈국관을 차려놓고 소설부터 시, 동화, 사진, 만화, 일러스트, 전자북까지 다양한 장르를 펼쳐놓았다. 한국작가도 소설가, 시인, 만화가 등 30명이 출동해 20일까지 이어지는 도서전 내내 곳곳에서 프랑스 독자들을 만난다.

올해 36회를 맞는 파리 도서전에는 55개국 1500여개 출판사가 참여했다. 개막식 직전 주빈국관을 구경하러 온 ‘지베르 조제프’ 서점의 총괄지배인 히샤 뒤부아씨는 “우리 서점은 한국도서들을 15년간 판매해 왔고, 한국 책 코너를 따로 구성하고 있다”며 “프랑스 독자들은 한국 책 가운데 소설에 제일 관심이 많고,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만화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베르 조제프는 30개 지점을 가진 프랑스의 대표 서점 중 하나로 130년 역사를 자랑한다.

개막식에 참석한 소설가 정유정씨는 최근 ‘7년의 밤’ 프랑스어판 출간과 관련해 “프랑스 서점 1000곳에서 제 책을 납품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출판사가 전해줬다”며 “제 책이 프랑스어로 나오는 게 처음인데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다”고 말했다. 독자 행사를 위해 도서전에 온 만화가 오영진씨도 “저는 한국에서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가인데도 프랑스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프랑스어판을 내게 됐다”면서 “프랑스가 한국 만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했다.

다수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출간한 소설가 황석영씨는 “여기 출판사 사람들이나 평론가들과 얘기해 보면 한국문학을 유니크하고 힘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특히 한국어 교육을 받은 현지인들이 한국문학을 번역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고 앞으로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개막식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오드레 아줄래 문화부 장관이 참석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주빈국관을 찾아와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 등의 영접을 받았고, 방명록에 “문화를 향한 열정을 공유하는 프랑스와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글씨를 남겼다.

윤 실장은 “올랑드 대통령이 주빈국관 방문에서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또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 결과 오늘과 같은 결실이 있게 됐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출판협회는 “고 회장이 대통령 방문에 대한 답례로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본’과 ‘경주남산’(강운구 사진집), 두 권의 책을 준비했으나 인파가 너무 몰려 전달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파리=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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