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5차례 대국은 4승1패를 기록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인간계를 대표한 이 9단의 기계에 맞선 외로운 분투는 앞으로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될 것으로 꼽힌다.
이 9단은 세기의 대국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사투를 벌였다. 상대는 1202대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하고 1000대의 서버를 활용하는 거대한 인공지능이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박사급 직원만 100여명이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두뇌를 믿었고, 아직 바둑에서만큼은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1차전을 패했을 때 그는 “무척 놀랐다”며 말을 꺼냈다. 2차전도 내줬을 때는 “할말이 없을 정도”라고 경악했다. 그는 패했지만 꺾이지 않았다.
3차전에서도 지며 5번기로 치러지는 이번 대국의 승리를 내줬을 때 그는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다”라며 버텼다.
사실 알파고는 이 9단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반면 그 자신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20년째 프로생활을 해온 이 9단은 그동안 수천건의 공식 기보를 남겨 알파고가 이를 학습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구글은 알파고를 철저히 숨겼다. 알파고의 공식 기보는 업그레이드되기 전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 가진 기보 1개로, 지난 1월 네이처지에 게재된 게 전부다. 한국기원 측이 구두로 알파고의 기보를 요청했지만 구글은 거부했다. 이번 대국이 ‘불공정 게임’ 시비에 휘말린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2일 3번째 대국에서 패한 뒤 이 9단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바둑은 졌지만 인간에게는 감정이라는 게 있다”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알파고가 바둑의 정석에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혁명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알파고가 분명 약점이 있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큰 충격을 받았지만 아직 인간이 인공지능에 지지 않는다는 자존심의 표현으로 읽혔다.
마침내 4국에서 이 9단은 절묘한 한 수로 전세를 일거에 뒤엎으며 인간의 자존심과 존엄을 그나마 되찾았다. 이 9단이 백 78수로 의외의 수를 두자 알파고 프로그램에 에러가 생긴 듯 실수를 연발했다. 항상 최고의 승률이 높은 곳에 착점해 실수가 없다는 알파고에게 결정적인 약점이 노출된 것이다.
3연패의 치욕을 간단히 씻은 이 9단은 뜻밖의 도발을 했다. 인터뷰 도중 동석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에게 “백으로 이겼으니까 돌을 가려야 하는 5차전은 흑으로 이겨보겠다”고 했다. 이 9단의 승부사적 기질이 또 한번 발휘된 것이다.
그는 ‘불공정 게임’이라는 주위의 걱정 속에서도 패할 때마다 변명하지 않았다. 5차전에서도 인공지능의 약점을 찾겠다며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갔다. 승부를 떠나 인간이 왜 기계보다 가치가 있는지를 온 몸을 던져 보여줬다. 우리가 이세돌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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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세차례 불계패했지만 결국 ‘약점’ 찾아 4국서 설욕… 이번엔 흑 선택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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