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초 단축 위한 ‘윈드터널(유니폼 공기저항 테스트)’

가로 3m, 세로 3m, 높이 2.5m 공간에 스피드스케이팅 슈트를 입은 마네킹이 서 있다. 네덜란드 스케이트 ‘영웅’ 스벤 크라머의 스케이팅 동작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곧 그 공간으로 시속 15㎞의 바람이 불었다. 회색 연기를 뿜어내는 파이프를 들이밀자 연기가 바람을 타고 크라머 인형에 부딪혔다.

지난 8일 네덜란드 헤렌빈 마크네스의 DNW에선 윈드터널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윈드터널 테스트란 공기저항이나 양력에 따른 영향 등을 조사하는 풍동시험을 뜻한다. 공기저항을 측정해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나가는 게 목적이다. 주로 군사용 전투기나 미사일, 항공기, 자동차 등의 개발에 활용된다.

네덜란드 스포츠의류 전문업체 ‘스포츠 컨펙스(Sports Confex)’는 자국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7년 전부터 경기복에 윈드터널 테스트를 적용했다. 한 번 받을 때마다 우리 돈으로 3000만원 정도가 들지만 0.001초의 기록 단축을 위해선 꼭 필요한 절차다. 테스트는 바람 속도를 높여 계속됐다. 풍속에 따라 신체 부위별, 소재별로 공기저항 마찰계수가 측정됐다. 실측 데이터는 윈드터널과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찍혀 나왔다.

이런 테스트를 거쳐 스포츠 컨펙스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선보인 유니폼은 무게가 330g에 불과했다. 이전 밴쿠버올림픽 보다 50% 줄어든 무게다. 마찰계수 역시 4% 가까이 줄이면서 스피드 향상을 이끌어냈다. 네덜란드 대표팀은 밴쿠버(8개)에 비해 3배에 가까이 많은 23개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스포츠 컨펙스는 공기 저항 외에 ‘스타트 핏’에도 중점을 뒀다. 스타트 핏은 출발 상황처럼 순간적인 힘을 필요로 할 때 유니폼이 몸을 얼마나 탄력 있게 받쳐주는 지를 의미하는 용어다. 선수들 몸을 보호하기 위해 들어가는 ‘다이니마’라는 방탄 소재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슈트에 녹이느냐가 핵심이다. 스포츠 컨펙스가 꺼내든 해법은 ‘패턴’. 자기만의 패턴 기술로 슈트의 부자연스러움을 최소화 했다. 이상화를 비롯해 빙속 메달리스트의 70∼80%가 스포츠 컨펙스의 슈트를 입는 건 이 같은 첨단 기술의 힘 때문이다.

현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입을 슈트를 개발 중이다. ‘평창 슈트’는 네덜란드 대표팀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팀에게도 제공될 예정이다. 그동안 최신 모델은 네덜란드 대표팀만의 것이었으나 대한빙상경기연맹 공식 후원사인 휠라가 스포츠 컨펙스와 단독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도 최첨단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베르트 판 데르 툭 스포츠 컨펙스 대표는 “소치 당시보다 마찰계수를 8∼10%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헤렌빈(네덜란드)=글·사진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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