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vs 블랙 컨슈머… 어설픈 스마트 ‘진상’ 된다

Է:2016-03-04 19:59
ϱ
ũ
스마트 vs 블랙 컨슈머… 어설픈 스마트 ‘진상’ 된다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거 스마트인가요, JS인가요?”

인터넷 카페 ‘스사사’(스마트 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는 종종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JS’는 스마트 컨슈머 사이에서 ‘진상’ 손님을 뜻하는 은어다. 자신이 혜택을 받아낸 방법이 정당하고 현명한 ‘스마트’ 행위였는지, 아니면 혹시 진상짓이었는지 회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각종 규정을 꼼꼼히 챙기는 일부터 판매직원의 사소한 실수를 트집 잡거나 “왜 나는 안 되냐”고 항의하는 것까지 숨은 혜택을 찾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스마트 컨슈머의 소비생활

숨은 혜택을 이용해 여행계획을 세우면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까. 컴퓨터 앞에서 ‘손품’을 팔아 얻는 각종 정보는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는 걸까. A씨는 7월 28∼31일 괌 여행을 다음과 같이 준비하고 있다.

항공권 예약은 그동안 모은 마일리지와 카드 혜택을 이용했다. 먼저 연회비 30만원을 내면 동반자 1명의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2년여 모은 항공사 마일리지를 차감해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를 요청했다. 240만원대인 왕복 항공권을 A씨는 75만원에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괌 리조트의 트윈룸은 3박에 950달러(약 115만원)가 정가인데, 투숙 4개월 전인 요즘 예약하면 3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또 눈치 빠른 일부 소비자만 미리 챙겨놓는 프로모션 코드(할인권)를 온라인 예약 때 입력하면 20%가 추가로 할인된다. 세금과 봉사료를 감안해도 200달러(약 24만원)를 덜 내는 셈이다.

해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면세점 쇼핑도 A씨는 미리 해둘 생각이다. 인터넷 면세점을 이용하면 5∼20%는 일반 쿠폰으로 할인받을 수 있다. 수시로 정보 공유 카페에 접속하는데, 카드사마다 한정된 기간 동안만 제공하는 청구할인 이벤트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 필요한 물건을 최대 5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스마트를 가장한 블랙 컨슈머

A씨처럼 혜택을 적시적소에 사용해 할인받는 이들은 말 그대로 ‘현명한 소비자’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의 ‘후기’만 보고 다짜고짜 할인이나 추가 혜택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있다. 흔히 ‘진상’으로 통하는 이들은 스마트 컨슈머를 가장한 ‘블랙 컨슈머’로 불린다.

호텔 중에는 ‘최저가 보장제도’(Best Rate Guarantee)를 채택하는 곳이 꽤 된다. 같은 수준의 객실에 더 싼 값을 제시하는 다른 호텔이 있을 경우 일부 금액을 할인해주는데, 블랙 컨슈머의 단골 타깃이 되곤 한다. 호텔마다, 시기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가격정책에 최저가도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의 체인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는 최근 예약 고객에게 황당한 요구를 몇 차례 받았다고 했다. 호텔 가격정보 사이트에서 이 호텔 방값보다 더 싼 가격을 찾아냈으니 최저가 보장제로 할인해 달라는 거였다. B씨는 “요즘 호텔 객실료는 거의 매일 바뀌는 시스템이다. 그 고객들이 예약한 시점에는 우리 호텔이 제일 쌌는데, 나중에 달라진 가격정책을 들이밀며 다짜고짜 보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호텔 방이나 항공 좌석의 ‘무료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는 이들 중에도 블랙 컨슈머가 있다. 인터넷에서 ‘업그레이드 확률 높이기’ 등의 이용후기를 본 뒤 “나도 같은 고객인데 업그레이드해 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인터넷에 알려진 좌석 업그레이드를 위한 팁은 탑승 전 좌석 지정 않기, 너무 일찍 체크인하지 않기 등이 있다. 오버부킹 상황이라면 그런 고객에서 업그레이드된 좌석을 제공하는 건 당연한 절차지만, 분명히 좌석이 있는데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규정을 안내하고 협조를 구해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스마트와 블랙을 딱 잘라 구분하기란 쉽지 않기에 이런 이들은 스스로를 스마트 컨슈머라고 착각하곤 한다. 일반 소비자가 잘 모르는 규정을 찾아내 혜택을 받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냐”는 식으로 무리하게 혜택을 요구하는 일종의 ‘떼를 쓰는’ 행위다.

기업이 보는 소비자

스마트 컨슈머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회사원 임모(28)씨는 “원래 있는 혜택을 잘 찾아 쓰자는 취지에 100% 공감한다”고 했고, 홍모(30·여)씨는 “이런 혜택을 모르고 있었다니 평범한 소비자인 내가 괜히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입장에는 불편함이 섞여 있다. 한 호텔 홍보팀 관계자는 “혜택을 꼼꼼히 챙기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끔 무리한 요구를 해와 곤란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해외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스마트 컨슈머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블랙 컨슈머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3년 중소기업 203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도 기업이 이 같은 시선이 담겨 있다. 응답 기업의 83.7%는 “소비자의 악성 클레임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고, “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답변은 14.3%, “무시한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90.0%가 “기업의 이미지 훼손 우려”를 꼽았다. “고소·고발 등 상황 악화 우려”가 5.3%, “업무방해를 견디기 어려워서”가 4.1%를 차지했다.

서울의 한 호텔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고객 간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보니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가 안 좋은 소문이 날까 두려워 웬만한 요구는 들어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블랙 컨슈머 행태는 소비자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며 “기업도 소비자 친화적인 태도를 갖고 숨어 있는 혜택을 적극 홍보하는 게 궁극적으로는 더 효과적인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숨은 혜택, 어디까지 찾아봤니… 현명한 소비자 ‘스마트 컨슈머’가 뜬다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