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칩(驚蟄)입니다. 일 년 24절기 중 입춘, 우수(雨水) 다음 세 번째 절기지요. 눈이 물이 될 만큼 날이 풀려 철새도 떠날 채비를 하는 우수가 보름이나 지났으니 종자를 챙기고 농기구를 손질하는 등 농사 준비에 나서야 합니다. 경칩은 개구리, 뱀 등 동면하는 생명체가 깨어나는 때입니다.
驚은 말이 채찍질에 깜짝 놀라 뛴다는 뜻이고, 蟄은 벌레들이 자기 몸을 감싼 것을 표현한 글자이지요. 執(집)이 죄인을 잡아 수갑을 채운 뒤 무릎 꿇린 모양이고, ?충)은 벌레를 뜻하니 蟄은 벌레가 (겨울을 나기 위해) 어딘가에 잡혀(숨어) 꼼짝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늦가을이면 도심 가로수 등에 짚으로 밴드처럼 둘러 감아놓은 것을 볼 수 있지요. 해충 등이 蟄하도록 유도한 것인데, ‘경칩’하기 전에 짚을 거둬 태우면 그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칩거(蟄居)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이 어떤 문제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칩거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는데, 사실 蟄은 영원히 숨는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에 다시 나온다는 전제가 깔린 것입니다. 잠시 피해 있다가 상황이 유리해지거나 호전되면 슬쩍 나오는 것이지요.
천지만물이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꽃샘추위의 시샘, 심술 정도 있겠으나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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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겨울잠 자던 생명들 번쩍 깨는 경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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