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200조… 팽창 빨라진 ‘빚 폭탄’ 경기 숨통 짓눌러

지난해 가계 빚이 폭증하면서 사상 처음 12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2015년 4분기 가계신용’ 자료에서 4분기 말 가계신용(대출+카드 빚) 잔액은 1207조원으로 3분기 말(1165조9000억원)보다 약 41조1000억원(3.5%) 늘었다고 2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1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분기별 및 전년 동기 대비 증가액이 모두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급증한 가계 빚은 당국의 정책 운용에 여러 가지 제약이 될 소지가 높다. 부채가 증가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인해 서민들의 씀씀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올 들어 수출 부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내수마저 위축될 경우 정부가 예상하는 3% 경제성장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록적인 빚 증가세…한 분기 증가 규모가 국방예산보다 많아=가계신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계속된 저금리 상황과 부동산 경기 회복, 정부의 잇단 소비 부양책 동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계 빚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지난해 4분기 실상은 항목별로 각종 기록을 세울 정도로 악화일로 양상을 보였다.

전분기 대비 41조1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은 역대 최대이면서 불과 9개월 전인 1분기 증가액(13조460억원)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4분기 증가액은 국방부의 올해 예산(38조7995억원)보다도 많다. 지난해 10∼12월 3개월간 하루 평균(평일 기준) 6200억원의 빚이 늘어난 셈이다. 전년 동기로 봐도 가계신용 증가액은 2014년 4분기 66조원에서 지난해 4분기 121조7000억원으로 불과 1년 만에 거의 배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4분기의 급격한 증가세는 올해 부채 관리도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회의를 마친 뒤 “정부 대책 등으로 부채 증가세는 지난해보다는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예년 이상 수준의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에 이어 내수 부진도 우려…3% 성장 달성, 금리 인하도 쉽지 않을 듯=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016년 국내경제 진단’ 보고서에서 “국내외 경제 여건으로 인해 3%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1월 수출증가율은 -18.5%로 6년5개월 만에 최대치 감소했고 2월에도 두 자릿수 수출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과도한 부채는 내수 침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에다 올해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냉각될 경우 내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지연, 지난해 소비를 이끌었던 부양책 효과 감소도 내수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높다. 자칫 수출·내수 쌍끌이 부진도 우려된다. 최근 경기부양책 중 하나로 꼽히는 금리 인하 카드도 한은이 쉽게 꺼내기 어렵게 됐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를 다시 내리면 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가계부채 수준은 연체율, 금융자산 증가세 등을 감안할 때 금융 시스템 차원의 안정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상환능력 제고를 위한 소득 증대, 서민·취약계층 지원 등 종합적 시각을 가지고 일관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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