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금 받으려면 수십년 前 수술법 쓰라고?

다리 핏줄이 피부에 울퉁불퉁 불거져 나오는 하지정맥류 환자는 약 95%가 ‘레이저 수술’을 받는다. 그런데 올해부터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레이저를 이용해 하지정맥류 수술을 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실손보험의 표준약관을 바꿔서다.

금감원은 지난달 실손보험 표준약관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표준약관에서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한 보험 적용 기준이 변경됐다. 미용 목적의 하지정맥류 수술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것인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 수술법 또는 치료 재료가 사용되지 않은 부분을 모두 ‘외모 개선 목적의 치료’라고 적시했다. 보험사는 금감원의 표준약관에 따라 약관을 변경한다.

달라진 표준약관은 스트리핑 수술(근본 절개술)에만 보험을 적용토록 했다. 피부를 절개한 뒤 정맥을 꺼내 치료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주변 신경이 다칠 우려가 있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레이저나 고주파 등을 사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하지정맥류는 판막에 이상이 생겨 혈액이 역류하는 질병이다. 다리가 붓거나 저리는 통증을 수반한다. 다리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고 꼬불꼬불해져 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신경 손상이나 피부궤양, 폐색전증 등 중증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하지정맥류 환자는 2010년 대비 11%가량 증가한 15만6008명이었다. 40∼50대 여성이 전체 환자의 약 37%를 차지했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자주 나타난다.

바뀐 약관은 올해 실손보험 가입자부터 적용된다. 기존 가입자는 약관 갱신을 원할 때 새로운 약관으로 보장된다. 레이저 수술은 평균 200만∼300만원이 든다.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게 되는 환자가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해도 이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되는 것이다.

의료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약관 변경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흉부외과개원의협의회 등은 상임이사회에 이 문제를 상정했다. 흉부외과학회에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한 외과전문의는 “수십년 전에 사용됐던 수술법으로만 보험 보장을 받으라는 것은 환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김승진 한국흉부외과개원의협회장은 “하지정맥류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 명백한 질병”이라며 “환자 상태에 상관없이 수술 방법만으로 기준을 세운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모호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개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정 전에도 외모 개선을 이유로 한 하지정맥류 수술은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 기준에 대한 민원이 많아 국민건강보험에 따라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이 보험 적용을 이유로 고객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고가 치료를 받게 한다면 다른 소비자에게 보험료 인상 등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박은애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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