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리콜(결함보상) 모델이라 하더라도 색상이 다르면 보상해주지 못합니다.”
최근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리콜이 실시된 어린이 책가방과 관련해 판매업체들이 가방 색에 따라 보상을 결정하는 황당한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업체의 배짱은 허술한 제품 시험 방식과 관리 당국의 방관이 야기한 측면이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색상 다르면 리콜 거부=지난해 2월 자녀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닥스키즈’ 어린이 책가방을 구입한 A씨는 지난 3일 해당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서울YWCA 시험분석 결과 이 제품의 은색 코팅 인조가죽 부분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가 기준치의 3.1배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이다.
A씨는 기사에서 닥스키즈 책가방 판매사인 파스텔세상이 해당 제품을 교환·환불하는 방식으로 리콜(결함보상) 조치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확인하고 업체에 연락했다. 하지만 A씨는 파스텔세상으로부터 황당한 답변만 들었다. 파스텔세상 측은 서울YWCA가 시험한 제품은 카키색 제품인데 A씨가 구입한 제품은 주황색이기 때문에 교환·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차량의 경우 색깔이 달라도 같은 모델도 리콜을 해주는데 시험 모델과 색상이 다르다고 리콜 안 해주는 경우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YWCA의 같은 시험에서 역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89.4배 발견된 쿨비타 란도셀 책가방 리콜 절차도 마찬가지였다. 쿨비타 란도셀 수입판매사인 마호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전체 46개 제품을 수입했는데 이 중 서울YWCA가 시험한 같은 색상 제품 12개만을 대상으로 교환·환불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술한 시험과 사후 리콜 관리=어린이 제품 리콜 조치가 허술한 데에는 우선 소비자단체의 부실한 시험에 이유가 있다. 소비자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을 지원받아 공산품 등을 비교 시험해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에 안전성 정보 등을 제공한다. 어린이 책가방 안전성 검사를 한 서울YWCA 박진선 간사는 “닥스키즈 제품은 카키색 외 다른 색상은 시험해보지 않았다”면서 “다른 색상 제품은 문제가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간사는 이어 “우리는 시험만 하고 그 결과를 공정위와 국가기술표준원에 보고하기 때문에 리콜 과정은 우리가 답변드릴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업체는 이를 이유로 굳이 동일 모델 전체를 리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제품 시험과 리콜 전 과정을 총괄하는 공정위의 소비자정책과 홍대원 과장은 “공정위는 총괄만 하고 있으며 리콜 관련 사항은 국가기술표준원 등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기술표준원 신상훈 제품시장관리과 사무관은 “색상과 무관하게 리콜하는 게 맞다”면서도 “강제 리콜 절차가 아닌 자발적 리콜은 업체가 ‘믿어 달라’고 약속하고 이뤄지는 것이라 우리가 사후 조치를 따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소비자단체가 제품 하자를 지적한 뒤 이뤄지는 자발적 리콜은 그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 셈이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리콜에 대해 자발적 리콜이라 하더라도 분기별로 리콜 실적을 받아 실제로 리콜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수시로 관리·감독한다. 국토부는 리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리콜 명령 등 강제적인 제재를 내린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리콜이 기가 막혀… “같은 모델이라도 색깔 다르면 보상 못 해준다”
닥스키즈·쿨비타 란도셀 책가방서 유해물질 검출… 업체 “시험 대상 색상 제품만 교환·환불”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