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은행권 “ISA 시장 선점하라” 신경전

다음달 문이 열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증권업계와 은행권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 담아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는 ISA는 가입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신탁형’과 금융사가 알아서 편입 상품과 비중을 정하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신탁형은 은행과 증권사가 모두 팔 수 있지만, 일임형은 증권사만 가능하다. 이를 불리하다고 여긴 은행권이 자기네도 일임형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증권업계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투자업계(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고유 업무인 투자일임업을 은행에 허용하는 것은 국내 금융업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일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금융기관이란 인식이 있는데, (투자·운용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은행이 투자일임 상품을 팔았다가 원금 손실이 나면 고객 민원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의 이날 발언은 앞서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이슈를 제기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하 회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며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ISA는 첫해 시장 규모가 1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황금의 땅’이기 때문에 양 업권의 협회장들이 나서서 치고받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ISA는 우리가 제안하고 발전시켜서 다 만들어놓으니까 은행이 슬그머니 밥숟가락을 얹으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하 회장은 “은행이 자사 예·적금 상품을 ISA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신탁 규정상 신탁형 ISA에는 자사 예금을 편입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ISA 내 예금 가입 한도를 10%나 15%까지 낮게 묶어놓는다면 은행의 자사 예금 편입에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