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인류 행복을 꿈꾸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세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鞍山·296m)에는 명물이 있다. 중턱을 따라 산을 한 바퀴 도는 자락길이다. 2013년 11월 완공된 이 길은 총 7.0㎞로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순환형 무장애 숲길이다.

안산자락길은 경사가 심하거나 걷기 힘든 곳에는 목재데크가 설치돼 있다. 장애물이 없고 데크를 지그재그로 설치해 경사 9도 미만이어서 전동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를 밀고도 한 바퀴 다 돌 수 있다. 곳곳에 쉼터도 조성돼 있어 건강한 성인은 물론 노인, 어린이, 장애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산책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28일 “안산자락길은 누구나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무장애 등산로여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평일에는 3000명, 주말에는 7000명가량이 찾는다”고 말했다.

안산자락길은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적용된 길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연령, 성별, 국적,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구현한 디자인을 말한다.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포괄하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다.

출입구가 낮게 만들어진 저상버스도 이 디자인이 적용된 경우다. 승강장과 버스 바닥의 단차가 거의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임산부, 노약자들도 편하게 탑승할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인 유니버설디자인이 국내에서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장서서 공공디자인 분야에 적용해가고 있다.

경기도, 전북도, 제주도, 화성시, 천안시, 대전 동구 등 일부 지자체들이 유니버설디자인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또 유니버설디자인 기본 계획과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공공시설을 건립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적극 반영하고 있다.

서울시도 2012년 11월 노인·보육·아동청소년·장애인·여성·사회복지관 등 6개 복지시설 유형별로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서울시 윤문경 디자인진흥팀장은 “시설별로 주된 이용자가 누구인지를 고려해 이용자 중심의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확대 적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의회와 함께 유니버설디자인 지원조례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달 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서울디자인위크 2015’ 행사의 일환으로 유니버설디자인 박람회를 여는 등 관련 산업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대전시는 중구 태평로와 유성구 대학로에 유니버설디자인거리를 오는 6월 말까지 조성하는 등 걷기 편한 가로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민간 분야의 유니버설디자인은 상대적으로 걸음마 단계지만 전문가들은 우리사회가 고령화되면 될수록 관심이 쏠리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인구 고령화를 앞서 거쳐 온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유니버설디자인산업이 활성화돼 있다. 특히 일본은 눈이 침침한 고령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실버전용폰’, 문이 닫혀 있지 않으면 열쇠가 잠기지 않는 잠금장치 등 노년층을 겨냥한 유니버설디자인 제품들이 일상화돼 있다.

곽봉철 한국복지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우리는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산업이 아직 미약하지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면 필요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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