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32·여)씨는 매월 50만원씩 내는 신혼집 월세를 이번 연말정산에서 공제받기 위해 관련 규정을 찾아보다 포기했다. 입주 때부터 “봉투에 넣어 현금으로 달라”는 집주인에게 8개월째 현금으로 월세를 내왔기 때문이다.
월세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거주지 확인을 위한 주민등록등본과 임대차 계약서, 그리고 월세납입 증빙서류가 필요하다. 이씨 부부가 월세를 계좌로 이체해 왔다면 입금 내역만 제출해도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현금으로 납부한 터라 집주인이 끊어주는 현금영수증이 필요했다. 이씨는 “주인에게 눈치가 보여서 (현금영수증 끊어 달라는) 말도 못 꺼냈다”고 했다.
직장인에게 ‘13월의 보너스’, 최근엔 ‘13월의 폭탄’으로도 불리는 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오면서 월세 세입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푼이라도 환급금을 늘리기 위해 머리를 굴려도 모자랄 판에 집주인 눈치를 보느라 매월 수십만원씩 빠져나가는 월세 대금을 신고하기 어려워서다.
소득세법에 따라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경우 누구나 연말정산 때 연간 월세 납부액의 10%, 최대 75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아 환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무당국에 임대소득이 노출되는 게 꺼림칙한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을 ‘어르고 달래’ 신고를 못하게 하곤 한다. 소득공제였던 월세가 지난해부터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대상자가 확대됐고 혜택폭도 커졌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신고조차 망설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회사원 김모(37)씨는 지난해 반전세로 전환하면서 집주인에게 월세를 신고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소득이 세무 당국에 알려지는 게 싫다며 보증금을 1000만원 깎아주겠다고 제안했고 김씨는 받아들였다. 김씨는 “1000만원을 은행에 맡겨 이자를 받는 것보다 세액공제로 환급받는 액수가 더 커 사실상 손해”라면서도 “전세는 물론 반전세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집주인과 갈등이 생기면 힘들다”고 했다. 새 집을 구하는 비용이나 이사 비용까지 고려하면 집주인의 불합리한 제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월세 계약 유지 여부와 상관없이 3년 안에 세무서를 방문하거나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주인과의 마찰을 피하려 한다면 추후에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적극적으로 현금 납부를 요구하거나 관련 영수증을 끊어주지 않는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25일 “연간 주택 임대 수입금액이 총 2000만원 이하인 경우 2016년 귀속분까지 비과세, 2017년 이후에도 분리과세로 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집주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임대 소득에 대한 적정한 과세 시스템을 만드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개통… "13월의 보너스 아니라면 3회 분납"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 이용해보니… 13개 공제항목 월별 사용액까지 한꺼번에 좌르르∼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월세 세입자들 ‘13월의 한숨’… 연말정산 하자니 집주인 눈치, 안하자니 한푼이 아쉬운 처지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