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우산’ B-52 한반도에 떴다… 北핵실험 나흘 만에 괌 기지서 전격 출격

핵미사일로 무장한 미국의 전략무기 B-52 장거리 폭격기가 10일 한반도 상공에 출동했다.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3대 ‘핵우산’ 전력 중 하나인 B-52의 한반도 전격 비행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이은 2단계 군사 조치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나흘 만에 이뤄진 미국 전략무기 한반도 배치는 한·미 양국이 현 상황을 북한의 중대한 도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단계별로 군사적 조치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군은 다음달 해군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 중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배수량 10만4000t급)의 한반도 해상 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북한의 강력 반발도 불가피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수위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당국은 B-52 장거리 폭격기가 괌 앤더슨 기지에서 한반도 상공으로 전개했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이왕근 공군작전사령관은 정오쯤 B-52가 오산기지를 통과할 당시 성명을 통해 “공군은 적이 언제 어디서 어떠한 형태로 도발하더라도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미 연합 공군력은 긴밀한 정보 공유와 강력하고 정밀한 화력으로 적의 도발 의지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테런스 오샤너시 미 7공군사령관도 “B-52의 임무는 미국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재강조하고 대한민국 방호를 위한 많은 동맹역량 중 하나”라고 했다.

B-52는 오전 앤더슨 기지를 출발해 정오쯤 오산기지 상공에 도달한 뒤 괌으로 돌아갔다. 우리 공군 F-15K 2대와 주한 미공군 F-16 2대 등 4대의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저공비행으로 오산 상공을 지나갔다. 미군은 오하이오급(배수량 1만8000t급) 핵잠수함과 오키나와 기지의 F-22 스텔스 전투기(랩터) 등의 단계별 전개도 고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첫 업무보고 직전인 12일 또는 13일 대북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국민 단합을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국제사회와 공조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등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국회 처리 역시 거듭 촉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군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사흘째를 맞아 최전방 포병부대에 무기 및 병력을 증강한 채 남측 움직임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그러나 북한군의 도발 임박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고 군은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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