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맨얼굴] 3년 된 학과 폐지… 방학 중 결정·통보

Է:2016-01-1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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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조정 땐 정부가 거액 지원 프라임 사업 앞두고 몸살

[대학의 맨얼굴] 3년 된 학과 폐지… 방학 중 결정·통보
지난 5일 오후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바이오산업공학과 학생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이틀 뒤인 7일 오전 경영대 강의실에서 바이오산업공학과 ‘폐과’에 관한 간담회가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바이오산업공학과는 기술 개발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2013년 신설됐다. 아직 첫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했는데 3년 만에 폐과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간담회 일정을 불과 이틀 전에 통보해 방학을 맞은 학생 다수가 참여하지 못했다. 간담회도 폐과를 기정사실화하고 학교 측이 학생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건국대 바이오산업공학과가 사라질 상황에 놓인 것은 교육부의 ‘프라임사업’ 때문이다. 교육부는 사회 수요에 맞춰 학사 구조와 정원을 조정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19곳에 3년간 총 6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대학가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등록금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규모의 ‘지원금’은 달콤한 당근이다.

건국대는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된 대학으로 꼽힌다. 축산대학이 전신인 동물생명과학대학과 생명환경과학대학의 9개 학과를 ‘융합생명과학대학’으로 통합하고, 축산식품공학과·바이오산업공학과·생명자원식품공학과를 ‘식품 관련 특성화학과’ 1개로 개편해 총 7개 학과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보통신대학을 없애고 전자공학부는 공과대학으로, 컴퓨터공학부는 글로벌융합대학으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앙대는 예술대학 정원을 150∼200명 감축해 신설 글로벌융합대학으로 옮기고 인문대 사회대 등에서도 100명 이상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대도 인원을 조정해 올해 첫 신입생을 받는 공대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화여대는 사회과학대학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나 신산업융합대학 디지털미디어학부에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비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학과를 두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부가 프라임사업의 전제조건으로 ‘구성원 간 합의’를 내걸었지만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 구조조정 대상 학과와 대학 사이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바탕에는 교육부가 ‘돈줄’을 쥐고 대학들을 길들이려 한다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다. 특히 전통적인 ‘간판 학과’나 인문·예술계열 정원에 손을 대려는 대학이 많다는 점도 반발을 사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방학 동안 학과 개편을 졸속 추진하려는 것이냐”며 대자보를 작성하고 적극 항의하고 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도 “학내 구성원 합의 없이 구조개편을 강행하면 반대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에는 8개 대학 총학생회 등 17개 학생단체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프라임사업을 비판했다.

이에 여러 대학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여론을 살피는 모양새다. 서강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프라임사업에 참여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합의 도출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와 경희대 관계도 “현재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3월 말까지 각 대학 사업계획서를 받아 3단계로 심사한 뒤 4월 말 선정 대학을 발표할 방침이다.

전수민 홍석호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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