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만화: 판타지 속 현실] 이동건 웹툰 작가 “뇌 속 세포 갈등 보여주면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 인터뷰

[만화: 판타지 속 현실] 이동건 웹툰 작가 “뇌 속 세포 갈등 보여주면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 기사의 사진
대중문화 소비자들은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한다. 지나치게 허황되거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며 비판받거나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대중문화에서 현실성은 그래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다. 대신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것’을 다루는 방식은 다양해졌다.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히 버무려졌을 때 대중은 관심과 지지를 보낸다. 대중문화 속에서 현실과 판타지가 어떻게 공존하는지 예능, 드라마, 만화를 통해 살펴봤다.

뇌 속 세포가 저마다 캐릭터를 갖고 있다면 어떨까. 시도 때도 없이 뭐가 먹고 싶은 건 ‘출출이 세포’ 탓, 때때로 센티멘탈해지는 건 ‘감성세포’ 때문, 뒤늦은 후회는 ‘뒷북세포’ 담당, 씻는 데 집착하지만 별로 힘은 없는 ‘세수세포’…. 온갖 세포들의 활약상을 다룬 만화 ‘유미의 세포들’은 연재 6개월도 안 돼 네이버 웹툰 인기 작품이 됐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펼쳐낸 이 판타지 세계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까지 이야기를 불어넣어 독자의 마음을 얻어낸 이동건 작가(35)를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잔머리 굴리는 사람에게 ‘맷돌 돌리지 마’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떨까 생각했죠. 머리를 써야 할 때 뇌 속의 온갖 세포들이 힘을 합쳐 맷돌을 돌려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온갖 감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실은 뇌 속 세포들이 갈등하는 걸 보여주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유미의 세포들’을 그리게 됐습니다.”

작가는 다니던 디자인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1인 창업을 했다. 2011년 자신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려고 그린 만화 ‘달콤한 인생’이 뜻밖에 데뷔작이 됐다. 월 20만∼30만원 벌던 1인 기업은 과감하게 접고 전업 작가로 뛰어들었다.

그는 유독 여성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독자들 사이에서 ‘작가 자웅동체설’이 나올 정도다. ‘달콤한 인생’도 다양한 남녀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수작이라 평가됐다. 남녀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한다. 이런 식이다. 데이트 중 여주인공 정강이에 피가 났다. 남자친구가 다정하게 직접 약을 발라줬는데 여자는 데이트 내내 우울해 했다. 왜 그랬을까?

만화 속 남자는 친구와 토론 끝에 ‘다리에 흉터가 생길 수 있어서 속상한데다 데이트를 망친 스스로를 원망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추리는 완벽하게 틀렸다. 여자가 우울했던 이유는 ‘다리털을 정리하지 않았는데 남자친구에게 다리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여성 독자들의 격한 공감을 얻었다.

여자 마음을 잘 아는 비결을 묻자 이 작가는 “잘 모른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성에 국한시킨 게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점과 개개인의 독특함을 만화로 표현해냈을 뿐이라는 것이다.

대신 관찰력은 좋은 편인 것 같다고 했다. “직장에서 일하다보면 같이 일 하는 사람 신경 쓰는 게 당연하고, 연애 하면 애인 눈치도 보고 그러잖아요. 눈치 보는 인생이라고 해야 하나. 그저 일반적인 관심을 가졌을 뿐인데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여성 심리를 완벽하게 파악해 그린다기보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포착한 상황을 작품으로 연결시켜낸다는 것이다. 남녀 심리 묘사를 다룬 웹툰은 유독 반응이 즉각적이고 직설적이다. 그래서 어렵고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도움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독자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뮤지컬, 영화, 만화를 보는 게 아이디어를 얻는 데 많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지치지 않고 ‘유미의 세포들’을 좀 길게 연재하고 싶습니다.”문수정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