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기내식, 마이클 잭슨을 ‘비빔밥 마니아’로 만들다

Է:2015-12-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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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히스토리] 기내식, 마이클 잭슨을 ‘비빔밥 마니아’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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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마이클 잭슨은 생전에 비빔밥 마니아였다. 그는 1998년 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취임 축하를 위해 한국으로 오면서 대한항공이 제공한 기내식을 통해 비빔밥을 처음 맛봤다. 이후 한국을 떠날 때 전속 요리사에게 전해 줄 비빔밥 조리법과 식자재 구입방법까지 알아갔다고 한다.

‘구름 위에서 즐기는 식사’ 기내식은 여행객들이 현지 음식을 접하는 첫 계기가 되고는 한다. 반대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편에서는 그리웠던 고국 음식을 선사해 준다. 글로벌 여행 가격 비교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지난 9월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73.2%가 여행만족도의 중요 기준으로 기내식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샌드위치로 시작해 코스·특별식까지

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기내식은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8월 런던∼파리 사이 정기 항공노선에서 샌드위치, 과일, 초콜릿 등을 종이상자에 담아 승객에게 제공한 것이 첫 기내식으로 전해진다. 이보다 앞선 시절에는 비행기 내부 시설이 더욱 열악해 식사를 제공할 형편이 못 됐고, 여객들은 중간 기착지의 공항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70년대 초반 간단한 과자와 음료가 기내식으로 첫 선을 보였다. 그러다 외국 항공사들과 경쟁이 치열해진 1970년대 후반부터 정식으로 식사 개념의 메뉴로 바뀌었고, 양식과 중식 위주의 기내식이 나왔다.

1990년대부터는 대한항공의 비빔밥이 첫 한식 메뉴로 등장하며 기내식에 한식 바람이 불었다. 영양쌈밥은 아시아나항공을 대표하는 기내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밖에 동치미 국수와 백숙 김치찌개, 전통주 등 다양한 메뉴가 속속 개발됐다. 독특한 냄새 때문에 논란이 일었던 김치와 된장도 현재는 기내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고급 코스요리는 물론이고 고객맞춤형 특별식까지 제공된다. 종교, 채식주의, 건강 등의 이유로 일반적인 기내식 취식이 어려울 때 제공되는 메뉴들이다. 각 종교의 율법에 따라 먹을 수 없는 식재료를 빼달라고 하거나 지방·콜레스테롤·염분 등을 낮춘 기내식을 사전에 주문하는 게 가능하다. 생후 2세 미만의 유아를 위한 유아식도 요청할 수 있다. 단 해당 항공편 출발 24시간 이전에 신청해야 한다.

북한도 한식을 기내식으로 제공한다. 메뉴는 김밥이다. 북한 유일의 항공사인 고려항공은 지난 7월 페이스북을 통해 “유명한 고려항공 버거는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부터 승객들은 기내식으로 김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려항공은 이전까지 서양식인 햄버거를 승객들에게 제공했다.

기내식은 왜 맛이 없을까

영국 일간지 미러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코넬대 연구팀의 발표를 인용해 “기내식이 지상에서 먹을 때와 비교했을 때 맛이 없는 이유는 엔진 소음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비행기 엔진 소음과 똑같은 85㏈ 환경에서 식사를 하는 참가자와 조용한 환경에서 식사를 하는 참가자 두 팀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는데, 소음 속에서 식사를 한 팀이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로빈 댄도 코넬대 교수는 “사람이 맛을 느끼는 데 있어 청각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맛을 느끼는 감각이 일시적으로 손상된다”고 설명했다.

음식의 맛은 대기의 압력에도 영향을 받는다. 독일 연구기관 프라운호퍼협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일정 고도의 대기 압력이 주어지면 미각이 일부 마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실제 실험 결과 비행기가 운항하는 고도에서는 사람들이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강도가 30% 정도씩 낮아졌다.

기내가 건조해 음식의 수분도 쉽게 날아간다. 이 때문에 기내식은 유독 포장이 꼼꼼하게 되어 있고, 소스로 덮어 수분의 증발을 막는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형형색색의 기내식을 선보이는 등 색감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골칫거리로 전락한 라면 기내식

뜨끈한 국물과 함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라면은 크게 인기를 끄는 기내식이다. 그러나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메뉴라고 한다. 기내에서 라면 서비스를 받다 승객이 화상을 입는 등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모델 출신의 30대 여성은 승무원이 쏟은 라면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며 항공사에 대해 2억원 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사고가 없더라도 라면이 고유의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지상보다 낮은 기압으로 라면이 설익는 경우가 많다. 2013년 모기업 임원은 승무원이 서비스한 라면이 맛이 없다며 들고 있던 잡지로 승무원을 때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라면 서비스를 중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라면 냄새가 기내에 심하게 퍼져 불쾌하고, 뜨거운 국물이 담긴 라면이 옆을 지나가니 불안하다는 등 일부 승객들의 항의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라면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저비용 항공사, 기내식 유료화 ‘바람’

국적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속속 국제선 기내식 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무료 기내식에 익숙했던 승객들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LCC는 저렴하게 항공권을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티웨이항공은 내년 1월 1일부터 국제선 전 노선의 기내식 서비스를 유료화한다. 앞서 제주항공은 2013년부터 국제선 일부 노선에서 기내식 유료화를 시작했고 지난해 2월부터는 국제선 전 노선으로 확대했다. 지난 9월부터는 홍콩, 괌, 사이판 노선의 기내 에어카페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롤을 판매하는 등 기내식 메뉴를 점차 늘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6월 기내식 유료화를 시작했다. 국제선 기내식 종류를 확대해 라면과 비빔밥 외에 미역국컵반, 황태국컵반 등을 메뉴로 추가했다. LCC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내식을 유료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여전히 국제선 승객에게 간식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기내식 유료화 바람에 이들 항공사도 따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CC들은 기내식뿐만 아니라 위탁수하물, 좌석지정 등을 점차적으로 유료화하고 있다.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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