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고승욱] 디지털 퍼스트는 독자 퍼스트다

Է:2015-11-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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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플랫폼과 기득권의 위기… 독자를 맨 앞에 둬야 살아남는다

[데스크시각-고승욱] 디지털 퍼스트는 독자 퍼스트다
최근 만난 친구의 말이다. “신문사 온라인뉴스 담당자를 만나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는 최고의 뉴스를 생산한다는 자만, 그것을 온라인에서 제대로 팔아먹지 못한다는 무력감, 엉뚱한 조회수 전쟁에 후배들을 내몬다는 자책이 뒤섞여 있다.”

묵은지에 싼 삶은 고기를 막 입에 넣은 참이었다. 잠시 신문사에서 일했고 포털사를 거쳐 뉴스기획사를 직접 차렸던 친구다. 디지털 뉴스와 관련된 칼럼을 곳곳에 기고하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배우겠다는 ‘공손한’ 마음가짐으로 만든 자리였다. 맛도 느끼지 못한 채 우적우적 삼키고는 “참 예쁘지 않게 말하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정곡을 찔린 속은 숙취보다 쓰렸다.

요즘 언론계는 답답하다. 모바일 세상에 사는 뉴스 소비자를 좀처럼 불러 모으지 못한다. 따져보면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 신문사는 콘텐츠 가격을 생산원가 이하로 낮추는 경영을 고수했다. 대신 플랫폼에서 수익을 내는 이중구조가 있었다. 자전거를 공짜로 주면서 발행부수를 늘린 뒤 광고단가를 높여 돈을 벌었다. 광고 비중이 매출의 80%를 넘자 언론학자들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오만한 신문사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 정도로는 편집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편집권이 아닌 다른 곳에서 터졌다. 탄탄하던 플랫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문을 읽는 사람이 갑자기 줄었다. 발행부수 자체가 무의미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장착된 플랫폼은 신문사의 것이 아닌 구조가 만들어졌다. 플랫폼이 없으니 광고수익이 나올 수 없다. 이중구조 경영이 안 통하게 됐다. 최근 언론 생태계를 뒤흔든 크고 작은 변동은 모두 이런 위기에서 비롯됐다.

기득권을 가진 신문사는 고통스럽다. 포털사이트나 SNS 업체가 제공하는 플랫폼에 얹혀살면서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만한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자기 집에서 떵떵거리고 살던 시절은 어디 가고 집주인의 눈치를 보게 됐다. 오프라인 방식으로 만든 제품은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온라인에서 안 팔린다. 경쟁은 치열하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니 부작용이 심하다. 선정성은 기본이고 극단적인 이념지향성, 치명적인 사생활 노출, 속보를 가장한 오보, 남의 기사 베끼기, 어뷰징이 난무한다. 오직 조회수만을 위한 전쟁이다. 그곳에 기자를 꿈꿨던 젊은이들이 총알받이로 내몰린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위기는 반드시 변화를 가져온다. 어느 신문사가 지금처럼 소비자의 취향을 생각하며 기사를 만든 적이 있던가. 올해 언론계 키워드인 ‘모바일 퍼스트’의 속뜻은 ‘독자 퍼스트’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에 저널리즘을 탑재해 뉴스 소비자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이 속속 개발됐고, 또 준비 중이다. 미디어 혁신의 주요 동력인 것이다. 언론 생태계가 바뀌지 않았다면 인포그래픽과 동영상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기사나 눈에 쏙 들어오는 카드뉴스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GPS 좌표와 지도를 기사와 결합하는 입체 뉴스나 개개인에게 필요한 콘텐츠만 전달하는 독자맞춤형 뉴스의 개념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언론계는 확실히 변하고 있다. 기득권자에게는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가혹한 변화다. 그러나 결국 독자 마음을 얻어야 살아남는다. 기사 하나를 놓고 그래픽이 먼저냐 동영상이 우선이냐를 따지기 전에 뉴스 소비자를 생각할 일이다.

고승욱 온라인뉴스부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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