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우린 왜… 대한민국 70년의 참회록

Է:2015-10-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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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 김동춘 / 사계절

[책과 길]  우린 왜… 대한민국 70년의 참회록
진보당 사건의 판결 장면. 맨 앞에 있는 인물이 1956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 이승만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당수 조봉암이다. 1958년 교수대에서 숨을 거둔 그는 53년 만인 지난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사계절 제공
[책과 길]  우린 왜… 대한민국 70년의 참회록
지난 8월 이인호 KBS 이사장이 1948년 8월 15일, 즉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광복일로 부르자고 제안해 논란이 됐다.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1945년 8월 15일 대신 정부 수립일을 광복으로 보자는 주장은 왜 나온 것일까?

“1945년 8월 15일, 즉 조선의 온 백성들이 환호했던 그날은 부일 협력 세력에게는 악몽과 같은 사망 선고일이었지만,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한 1948년 8월 15일은 그들이 기사회생한 날이었다.”

전쟁사·과거사 연구로 유명한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학과)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양심적 우파가 왜 없는가?’라는 질문도 흔히 들을 수 있는데, 그의 답변은 이렇다.

“분단된 한국은 자주독립 세력은 물론 민권과 평등을 지향하는 모든 정치, 사회 세력을 정치권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민족 단결을 존중하거나 친일 청산, 민족 자주, 반외세, 사회정의, 통일 등을 지향하는 양심적 우파가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김 교수의 책 ‘대한민국은 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자주 제기되는 질문들을 놓고 그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보수의 기원’ ‘반공이 국시가 된 이유’ ‘왜 일본은 사과하지 않을까?’ ‘왜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이 되었나?’ 같은 질문들을 다루면서 ‘대한민국이 왜 이런 나라가 됐는가?’ 한탄하는 이들에게 그 절망의 기원을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는 “8·15는 사실상 ‘해방’이 아닌 일본으로부터의 ‘분리’였으며, 그 이후 수립된 분단국가 대한민국은 반(半)국가, 반(半)주권국가였다”고 대한민국 70년사를 개괄한다. 특히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었다가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벗어나게 한 러일전쟁과 태평양전쟁에서 “조선인들은 그냥 구경꾼이거나 동원 대상이었을 따름”이었고 “그래서 전쟁 후의 처리 과정에서도 주역이 될 수 없었다”는 점을 뼈아프게 지적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은 대한민국 지배세력의 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 뿌리를 개화파에서 찾는다.

“일본 의존 개화파는 부일 협력 세력이 되었다가 1945년 이후 미국을 추종하는 반공주의자가 되었고, 이어서 근대화론과 개발독재의 지지자가 되었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세계화, 선진화의 기수가 되었다.”

이것은 ‘우리는 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느냐?’는 오랜 질문과도 관계된다. 해방과 동시에 미국의 군정 통치에 들어갔고 친일파 청산은 미국의 관심이 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심지어 “미국은 항일운동 경력이 있는 민족주의자들을 사실상 좌익으로 간주했다.”

저자는 “미군정이 보수 세력의 손을 들어준 정책, 즉 식민지 관료와 경찰을 그대로 기용한 정책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성격이나 태평양전쟁기의 짧은 기간을 제외한 1905년 이후 일관된 일본 지지 정책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라며 “그것은 이후 70년의 대한민국사를 좌우한 가장 결정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모든 역사에는 명(明)과 암(暗)이 있게 마련이고, 암 역시 중요한 역사로 기록돼야 한다. 신영복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 70년의 참회록”이라고 평가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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