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으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해 온 신순규(48·사진)씨가 자서전을 내고 한국을 방문했다. 2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자신의 책에서 ‘성공기’가 아니라 ‘다른 시각’을 읽어 달라고 주문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노력과 인내로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성공을 이룬 사람의 자서전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거기서 겪는 경험이 남다르기 때문에 생각과 가치관도 남다른 사람이 쓴 에세이를 쓰고 싶었어요.”
신씨의 책 제목은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판미동)이다. 신씨는 “볼 수 있다는 건 틀림없는 축복이지만, 시력이 우리를 항상 도와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꿈, 가족, 일, 나눔 등을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로 꼽았다.
하버드와 MIT를 졸업한 뒤 JP모건을 거쳐 미국 내 프라이빗 뱅크 중 가장 큰 규모인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신씨는 “애널리스트라고 하면 차트나 숫자도 많이 봐야 해서 (시각장애인은) 힘들겠다고 생각하는데 증권은 결국은 회사의 가치를 보는 일”이라면서 “오히려 일반인들은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는 월가에 1960년대에도 있었고, 현재 신씨를 포함해 5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신씨는 2003년 공인재무분석사(CFA)를 취득한 최초의 시각장애인이 됐으며 신씨 이후 시각장애인 CFA가 한 명 더 생겼다.
“저는 시각장애가 있는 게 애널리스트 일에 도움이 된다는 말까지 해요. 증권 가치를 좌우하는 요소가 사실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전문가나 일반인들이 손해를 보는 이유는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가 아니고요, 쏟아지는 뉴스나 루머를 보고 내 결정에 자신이 없어져서 그런 거예요.”
그는 “저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다 볼 수가 없고, 꼭 필요한 것들만 본다. 그래서 시장의 루머 때문에 고생하는 과정을 스킵할 수 있다”며 “애널리스트가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이상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아홉 살 때 시력을 잃었다. 아들을 안마사로 만들고 싶지 않던 어머니는 피아노를 배우게 했다. 열세 살 때 우연한 기회로 미국 순회공연을 떠난 신씨는 현지 맹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는다. 이어 헌신적인 미국 양부모를 얻었고, 일반고교로 옮겨 공부에 매달린 끝에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신씨는 30일 모교인 서울맹학교를 찾아 강연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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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기 아닌 ‘다른 시각’을 읽어달라”…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씨 자서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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