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바늘구멍 뚫기] 자소서 소설 쓰면 안돼요

Է:2015-10-23 22:05
:2015-10-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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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 관계자 “자소서 정답 없지만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허위·과장없이 정직하게 표현 중요”

[취업 바늘구멍 뚫기] 자소서 소설 쓰면 안돼요
[취업 바늘구멍 뚫기] 자소서 소설 쓰면 안돼요
[취업 바늘구멍 뚫기] 자소서 소설 쓰면 안돼요
[취업 바늘구멍 뚫기] 자소서 소설 쓰면 안돼요
대학 4학년인 김수현(25·가명)씨는 요즘 기업의 서류전형에 피가 마를 지경이다. 금융권을 목표로 한 김씨는 하반기 채용에서 한 군데를 제외하고 모두 서류에서 고배를 마셨다. 타 업종에는 서류조차 제출하지 않고 준비했지만 서류전형의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 몇 군데 떨어질 때만 해도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가 미흡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소서에 공을 많이 들였던 곳까지 서류 통과에 실패하자 고민에 빠졌다. 김씨는 “금융권은 다른 스펙보다 자소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는 하지만 실제 떨어진 이유가 자소서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시 자소서를 강조하면서 구직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학 생활 중 학점, 외국어, 자격증, 인턴 등 ‘스펙 쌓기’에 몰두했던 구직자들은 구직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소서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전쟁 속에서 허수(虛數)를 거르고 원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 자소서를 통한 검증에 고심하고 있다.

◇자소서는 취업의 시작과 끝=자소서는 취업 첫 관문인 서류전형의 일부지만 서류전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서류 합격 후에도 최종면접까지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면접관들의 질문 시 참고자료로 사용돼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만큼 구직자가 실제 느끼는 자소서에 대한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김씨는 “일단 서류에서 떨어지면 이후가 없고, 면접에도 쓰이는 만큼 전체 전형 과정에서 받는 부담의 절반 이상은 자소서에서 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자소서에 대한 압박이 커진 것은 기업들의 ‘탈(脫)스펙’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외국어 점수나 자격증 등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자소서 항목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상반기에는 ‘지원 동기와 본인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유·근거 제시(3000자)’ 한 항목이었지만 하반기에는 ‘회사 선택 기준과 현대차가 기준에 적합한지’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 및 그 의미’를 설명하는 항목(각 1000자)이 추가됐다.

금융권의 경우 글자 수도 많고 항목도 더욱 까다롭다. 올 하반기에는 ‘가치관 형성에 전환점이 된 인문·예술 작품을 들고 이유를 설명하라’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다른 은행과 비교하라’ ‘현장 중심적인 생각을 통해 성취·실패했던 경험’ 등이 요구됐다. 하반기 20여개 정도의 자소서를 제출한 강주형(26·가명)씨는 “쓰다가 포기한 유일한 자소서가 금융권 자소서”라며 “회사 전략 수립이나 대안을 묻는데 실무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 쓰는 것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자소서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구직자들끼리 스터디를 하거나 개인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취업 시즌이 되면 대학 내 취업센터에서는 자소서 첨삭 지도를 받으려는 인원이 몰리기도 한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대필 광고가 걸려 있는 경우도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 박희숙 컨설턴트는 “서류전형에 기재하는 스펙 등이 제품 사양이라면 자소서는 제품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며 “사양은 바꿀 수 없지만 설명서는 본인이 정성을 쏟는 것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영역에 있다”고 강조했다.

◇허위, 과장, 표절은 절대 안 돼=대기업의 경우 자소서가 포함된 서류 전형을 통해 최종 합격자의 10배수 안팎으로 합격자를 추려낸다. 경쟁률이 100대 1을 넘기는 경우도 많은 만큼 자소서를 제대로 평가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소서를 평가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A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쓰는 입장에선 다 다르게 썼겠지만 한 번에 최대 수백 장을 보는 입장에선 패턴이 대동소이하다”며 “숙련된 평가자들은 보통 1∼2분이면 자소서 하나를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평가는 기업별로 차이가 있지만 채점 기준표에 따라 최소 2명이 교차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차 평가 시 대부분 점수가 비슷하지만 차이가 큰 경우는 제삼자가 평가하기도 했다. 평가한 자소서 점수에 학점 등 다른 서류 평가 점수를 합산해 서류 합격자를 가려낸다. 자소서 중요성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에서 자소서만으로 서류를 통과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인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자소서를 작성할 때 주의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많이 알려진 대로 회사명을 잘못 쓰거나 제품 등 회사 관련 정보를 잘못 기재했을 경우에는 성의가 없다고 보고 탈락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스펙만 믿고 자소서를 대충 쓴 경우도 탈락 대상으로 분류됐다.

특히 허위 정보를 기재할 경우에는 차후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절대 피해야 할 것으로 꼽혔다. B그룹 계열사 인사팀 관계자는 “자소서를 허위·과장해 운 좋게 서류를 통과했더라도 실무·임원 면접을 거치면서 대부분 걸러지게 된다”며 “허위·과장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구직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이후 재지원해도 무조건 떨어진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인터넷 등에 올라온 자소서나 남의 글을 베끼는 것도 피해야 한다. 기업들은 의심되는 자소서는 표절 프로그램을 돌려 표절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C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한 명이 많은 양을 본다고 ‘설마 적발되겠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지난해 자소서를 보다가 단어만 몇 개 다를 뿐 거의 같은 문장을 쓴 5명을 적발해 전부 탈락시킨 적이 있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인사팀 관계자들은 자소서에 정답은 없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게 자신을 표현하되 허위·과장 없이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장과정, 장단점 등 기업마다 반복되는 자소서 항목이 있는 경우 다른 기업에 냈던 것을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꼭 가고 싶은 기업의 자소서는 가능한 새로 쓰는 것을 권하기도 했다. C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자소서를 잘 쓰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기업이 뽑는 것은 결국 일할 사람”이라며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인터넷 한두 번 검색하고 자소서를 작성한 건지 해당 업종에 대한 관심이 오래전부터 있었는지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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