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콩쿠르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클래식 콩쿠르로 꼽힌다. 폴란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쇼팽을 기리기 위해 1927년 창설됐으며 2차 세계대전 때문에 한 번 건너뛴 것을 제외하곤 5년마다 열린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 여러 부문으로 구성된 두 콩쿠르와 달리 오직 쇼팽의 작품으로 피아노 경연만 연다.
조성진은 공식 발표 직전 쇼팽협회와 가진 인터뷰에서 “쇼팽 콩쿠르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고, 11살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었다. 드디어 꿈이 이뤄졌다”면서 “결선에서 많이 긴장하긴 했지만 콩쿠르를 즐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는 피아니스트의 삶을 사랑한다”며 “진정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6∼30세의 젊은 피아니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쇼팽 콩쿠르는 스타의 산실로 유명하다.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1955년 2위), 마우리치오 폴리니(60년 우승), 마르타 아르헤리치(65년 우승), 크리스티안 짐머만(75년 우승), 당타이손(80년 우승), 스타니슬라브 부닌(85년 우승) 등 거장들이 모두 쇼팽 콩쿠르 출신이다. 조성진에 앞서 동양인 우승자로는 당타이손(베트남)과 2000년 18세로 최연소 1위가 된 윤디(중국)가 있다. 한국인 연주자로는 2005년 임동민·동혁 형제가 공동 3위로 입상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는 27개국 160명이 예선에 참가했으며 20개국 78명이 본선에 올랐다. 이 가운데 조성진을 비롯해 3차례 경연을 통과한 8개국 10명이 결선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했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결선에 오른 조성진은 지난 18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가장 먼저 연주를 마쳤다. 심사위원단의 결선 최종 심사가 4시간 넘게 계속되면서 한때 우승자가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조성진이 1위를 거머쥐었다.
6세에 피아노를 시작한 조성진은 10대 중반까지 신수정(73)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에게 배웠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2012년부터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미셸 베로프로부터 공부하고 있다. 14세이던 2008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와 이듬해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각각 최연소 우승하며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지난해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는 각각 3위를 했으며 서울시립교향악단,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기도 했다.
이번 콩쿠르 입상자들은 21∼23일 바르샤바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갈라 콘서트를 갖는다. 야체크 카스프치크의 지휘로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같이 내년 초까지 유럽과 아시아를 돌며 연주한다. 내년 2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연주회가 열린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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