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대학 장학금

Է:2015-10-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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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정진영] 대학 장학금
가까운 지인의 사례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다 지난 5월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당장 미국에서 대학 다니는 딸의 학비가 걱정이었다. 괜찮은 급여를 받을 때와는 사정이 달라졌다. 딸은 ‘연방학자금지원기관(Fafsa)’과 대학에 부친의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변동 상황을 고지하고 장학금을 신청했고 지난 9월 학기부터 1만3000달러가 나왔다고 한다. 이전까지 연간 1만8000달러를 받았는데 무려 70% 이상이 추가 지원된 셈이다. 지인은 “학생이 실질적으로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지 여러 여건, 그중에서도 경제적 형편을 장학금 지원 여부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는 실용성에 놀랐다”고 말했다.

많은 미국 대학들은 장학금 제공 요건으로 성적은 필요조건, 부모의 경제적 여건은 충분조건으로 여긴다. 그러다보니 장학금은 ‘생활장학금(Need Based Grant)’이 대부분이고 성적장학금(Merit Based Scholarship)의 비중은 비교적 낮다.

반면 국내 대학은 생활장학금이 전체 장학금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막상 장학금이 절실한 가난한 학생들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하는 잘사는 집 학생이 성적장학금을 거의 독식하는 양상도 심화됐다. 장학금에도 ‘빈익빈 부익부’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려대학교가 내년 1학기부터 점진적으로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기로 했다(국민일보 13일자 1·8면). 고대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장학제도를 완전히 바꾼다는 것이다. 성적에 대한 ‘포상’ 개념이 강했던 장학제도를 소득 재분배 기능이 강조된 ‘학업지원’ 수단으로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적어도 고대생들은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일은 없게 됐다. ‘민족 고대’가 모처럼 의미 있는 일을 했다. 다른 대학으로 도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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