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에쿠우스’는 6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마구간 소년의 실화를 소재로 욕망에 대한 현대문명의 억압을 그린 수작이다. 1973년 런던 초연 당시 파격적인 소재와 수위 높은 노출 등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이듬해 극작가 피터 쉐퍼에게 토니상을 안겨줬다.
‘에쿠우스’는 한국 연극사에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75년 초연 이후 극단 실험극장이 40년간 매번 무대에 올릴 때마다 흥행을 기록한 것은 물론 송승환 최민식 최재성 조재현 김영민 지현준 등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지난 4일 개막돼 11월 1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열리는 ‘에쿠우스 40주년 기념공연’에는 주인공 알런 역에 남윤호(31·사진)와 서영주(17)가 더블캐스팅 됐다. 남윤호는 지난 5월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페리클레스’에 이어 또다시 주역을 따내며 연극계의 새로운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페리클레스’를 보신 실험극장 이한승 대표님으로부터 알런 역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너무나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는 남윤호는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열연한 역할이라 부담이 컸지만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페리클레스’ 공연 도중 유인촌(64)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아들이란 것이 알려져 세간의 화제가 됐다. 본명이 ‘유대식’인 그는 “아버지 덕 본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2012년 데뷔 때부터 이름을 바꾸고 비밀로 했다. 올해 대중에 알려지면서 당황했지만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31세지만 연기 경력은 겨우 3년에 불과하다. 중학교 시절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 로열할로웨이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하다가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군대에서 2년간 고민 끝에 배우를 하기로 결심하고 미국 UCLA대학원에 진학해 연기를 다시 전공했다. 2012년 귀국한 그는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의 단역으로 국내에 데뷔한 뒤 연출가 양정웅이 이끄는 극단 여행자에 입단해 ‘로미오와 줄리엣’ ‘정글북’ ‘페리클레스’ 등에 출연했다.
그에게 ‘에쿠우스’는 자기 이름을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이라서 의미가 크다. 그는 “알런은 감정의 기복이 많은 데다 움직임이 격렬한 캐릭터여서 한번 공연하고 나면 완전히 진이 빠진다”면서도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계는 그를 아버지 유인촌과 비교하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관심을 보인다. 유인촌은 일반 대중엔 TV 스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연극배우 출신으로 극단과 극장까지 운영하는 등 연극계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정치인으로 외도한 뒤 다시 돌아간 곳도 연극이다.
남윤호는 “대배우인 아버지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아버지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화술은 배우로서 꼭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라며 “아버지는 내 연기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 스스로 성장하라는 뜻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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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에쿠우스’ 40주년 기념공연서 주인공 맡은 남윤호 “부담은 크지만 나만의 색깔 보여줄 것”
아버지 덕 본다고 할까봐 이름도 바꿔… ‘에쿠우스’ 무대 올릴때마다 송승환 등 걸출한 배우 거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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