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활동에 매달리는 시간이 하루 평균 얼마나 되시나요?”
“글쎄요. 매일 14시간 이상은 될 거예요.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성경 말씀을 묵상하거나 찬송가를 듣곤 해요. 잠잘 때 빼고는 거의 십자가 생각만 하며 사는 셈이죠(웃음).”
지난 1일 오전 서울 신촌 한 카페에서 만난 마석봉(47·목포 측후동교회) 집사는 십자가에 매혹당한 예술가였다. 그는 십자가를 테마로 한 그림을 그리고 청동을 활용해 십자가 조소 작품을 만든다. 지금까지 마 집사가 그린 십자가 그림은 500점이 넘는다. 조소 작품은 10여점이다.
친척을 만나러 전날 상경했다는 마 집사는 이날 오후 전남 목포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귀향 기차를 타기 전 취재진과 만난 그는 1시간 넘게 다사다난했던 개인사를 들려줬다. 그는 십자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 “돌이켜보니 내가 걸어온 세월이 전부 드라마처럼 느껴진다”며 말문을 열었다.
◇실패한 사업가, 십자가를 만나다=마 집사는 목포에서 나고 자란 목포 토박이다. 목포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던 부모는 종교가 없었다. 그런데 마 집사는 아홉 살 때부터 교회에 출석했다. 그는 “어린 시절 이상한 꿈을 꾼 뒤 자연스럽게 교회에 나갔다”고 회상했다.
“꿈속에 어떤 교회 건물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누군가가 그 교회로 하얀 양떼를 몰고 가는 겁니다. 잠에서 깨니 일요일 아침이었어요.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집 근처에 있는 측후동교회로 갔지요. 꼬마가 혼자서 교회를 찾아오니 전도사님도 신기해하더군요(웃음).”
미술 세계에 들어선 계기도 특이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그는 버스정류장에서 종종 보던 한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그런데 이 여학생이 알고 보니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사랑의 열병을 앓던 사춘기 소년은 여학생의 환심을 사려고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중학생 시절에 저는 문제아였어요. 사고도 많이 쳤고 학교도 자주 안 갔죠. 그런 제가 무언가를 배우겠다고 하니 부모님이 기뻐하시더군요. 그때 미술을 배운 게 저의 진로를 결정한 거였고요.”
그는 1991년 목포대 미술학과에 진학했다. 대학교 1, 2학년 때는 서양화를 주로 그리다가 3학년 때 조소로 전공을 바꿨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자 생계가 막막했다. 그나마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인테리어 사업이었다. 마 집사는 98년 상경해 서울 논현동에 사업체를 차렸다.
사업은 번창했다. 3명이던 직원은 서서히 늘어 10명이 됐다. 하지만 2002년 원청업체인 건설사가 부도나면서 하청업체인 마 집사의 회사도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결국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빚은 10억원이 넘었다. 그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TV를 켜고 기독교 방송을 보는데 욥의 이야기와 함께 성경 구절이 나왔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10) 이 말씀은 마 집사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중학생 때 이후 교회에 자주 안 나갔던 편이에요. 그런데 방송을 본 뒤 다음날 새벽 측후동교회로 달려갔어요. 하나님을 외면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주님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돈이 없으니 주님께 바칠 게 없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십자가를 그리자고 결심했죠.”
◇“내 작품이 세상을 치유했으면”=마 집사는 십자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0억원이 넘던 빚은 목포에서 다시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하며 갚아 나갔다. 그는 현재 빚을 모두 청산한 상태다. 2010년부터는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청동을 활용한 십자가 조소 작품도 만들었다.
“십자가를 그리거나 만든다는 건 굉장히 영광스러운 작업입니다. 십자가는 함부로 다뤄선 안 되는, 주님의 흔적이 담긴 성물(聖物)이니까요. 저의 생각과 감정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담아내자는 생각만 거듭하면서 작품 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마 집사는 작품 활동을 재개한 뒤 개인전과 그룹전을 합해 50회 넘는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대중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고 싶다”며 “2∼3년 뒤부터는 해외 활동에 주력할 듯하다”고 전했다.
“내년 6월 미국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입니다. 현지 갤러리 두 곳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제가 바라는 건 소박합니다. 이 세상의 단 한 명이라도 제 작품을 보고 하나님의 은혜를 실감한다면,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을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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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사랑하는 사람들] ⑬ 마석봉 목포 측후동교회 집사
“헌금 없어 십자가 드려… 세상 치유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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