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되지 않는 위증범죄… 情 때문에 윗선 지시로 ‘법정 거짓말’ 반드시 처벌 받는다

Է:2015-09-05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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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죄의식 없이 허위증언 사건 진실 왜곡·다른 피해자 양산… 檢·법원, 중대범죄 간주 엄벌

근절되지 않는 위증범죄… 情 때문에 윗선 지시로 ‘법정 거짓말’ 반드시 처벌 받는다
근절되지 않는 위증범죄… 情 때문에 윗선 지시로 ‘법정 거짓말’ 반드시 처벌 받는다
지난해 10월 법정에 선 박모(41)씨는 거짓말을 했다. 그해 1월 식당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폭행해 중상을 입힌 지인 공모(51)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박씨는 중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허위증언을 해달라”는 공씨의 부탁을 받은 터였다. 그는 “바로 1m 앞에서 현장을 목격했지만 공씨가 머리를 때리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사실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가 사건 현장에서 30∼40m 떨어진 곳에 있어서 폭행 과정을 목격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인을 돕겠다며 법정에서 한 위증으로 박씨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 7월 법정구속됐다. 부산지법은 위증을 교사한 공씨에게도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의리’ ‘정’에 이끌린 위증=박씨와 공씨 사례처럼 법정에서 거짓말을 일삼는 위증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4일 대검찰청의 위증죄 처리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위증사건은 4085건이다. 위증사건은 2010년부터 꾸준히 4000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증의 대부분은 정에 이끌린 ‘인지상정(人之常情)’형이다.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올해 초 노래방에서 시비 끝에 피해자에게 맥주병을 던진 사건에서 가해자 일행을 위증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일행은 하나같이 지인인 가해자가 맥주병을 던지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범행 장소의 현장검증에서 나온 맥주병 조각과 피해자 및 경찰관 진술 등으로 거짓말은 금세 들통이 났다.

‘나 때문에 괜한 사람이 처벌받게 할 수는 없다’는 의리형 위증도 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C씨는 지인이 운영하는 무등록 정비업소에 수리를 맡겼다. 이 때문에 지인이 무등록 정비업소를 운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자 C씨는 법정에서 수리를 맡긴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서울남부지검은 C씨를 위증죄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부산지검이 관내 위증사건을 분류한 결과 두 사례처럼 인정에 얽매인 위증 비율이 52.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위 및 신분관계에 의한 위증’이 37.7%, ‘경제적 목적을 위한 위증’이 4.1%로 뒤를 이었다.

경제적 목적을 위한 위증의 대표적 사례는 이렇다. 한 쇼핑몰 대표 D씨는 용역을 고용해 반대파 주주의 임시주주총회 출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D씨는 건물 경비원인 E씨에게 허위증언을 해주면 체불된 임금을 지불하겠다며 위증을 교사했다. D씨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위증을 교사하고, E씨는 체불임금 수령이라는 경제적 목적을 위해 위증을 한 것이다.

◇위증은 ‘실체적 진실’ 왜곡하는 중대범죄=검찰과 법원은 위증죄가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중대범죄라고 본다.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건넸다고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이를 뒤집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를 위증죄로 기소하기도 했다.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가 정착되면서 위증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엄한 편이다. 위증이 피고인의 혐의사실 핵심과 관련된 경우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잦다.

그러나 정작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는 국민의 인식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이 의리나 정을 중시하게 생각하다 보니 법정에서 하는 거짓말을 사소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남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죄의식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 단계에서부터 주요 참고인의 거짓 진술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미국의 ‘진실방해죄’처럼 수사 단계부터 거짓 진술을 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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