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처럼 기록 남기고 싶었다” 중학생이 학교에 부탄가스 터뜨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부탄가스가 터지면서 교실 벽이 무너질 정도로 큰 폭발이 발생했다. 붙잡힌 피의자는 이 학교를 다니다 전학 간 중학교 3학년생이었다. 이 학생은 미국 총기난사범인 조승희를 언급하며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폭발 장면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체육수업 중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테러 위협에 학교가 무방비로 뚫린 아찔한 사고였다.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후 1시50분쯤 양천구 한 중학교 4층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가 폭발했다. 이 충격으로 교실 창문이 깨지고 벽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폭발이 일어난 학급의 학생들은 체육수업을 받으러 운동장에 나가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발생 3시간 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는 범행 장면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2개가 올라왔다. 48초 분량의 첫 번째 동영상에는 용의자로 지목된 A군이 교실 바닥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담겼다. A군은 3분45초짜리 두 번째 동영상엔 폭발 후 학교 밖을 거닐며 학교 안 모습을 담았다. A군은 이 영상에서 “엄청난 폭발음입니다. 학교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탄가스를 하나 더 가져오는 건데”라고 혼잣말을 남겼다.

최근 미국에서 전 직장 동료를 사살하는 장면을 촬영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띄운 전직 방송기자 플래너건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사고 이후 A군이 친구와 SNS를 통해 나눈 대화로 추정되는 캡처 화면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기도 했다. A군은 “경찰한테 쫓기느라 지하철 타고 도망치는 중”이라며 “난 전학 가고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망상증 우울증이 생겨 테러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고 학교에서 쫓겨나서 대신 ○○중에 한 것”이라고 했다.

A군은 지난해 2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뒤 방화를 저지르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다시 대안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초등학교 때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지만 중학교 진학 이후 학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처럼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처럼 뭔가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며 “지난해부터 긴 시간 동안 테러를 계획하고 생각했다.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방법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원에서 A군을 검거했다. 양천경찰서 임병숙 형사과장은 “양천구에서 서초구 학교로 전학 왔으며 서초구에 있는 학교 아이들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르려 했지만 경비가 삼엄해 실패하고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A군은 범행 후) 지하철 2·4·8·9호선을 갈아타며 양천구에서 송파구까지 이동했다. 4개 호선을 갈아타며 잡을 수 있는지 시험을 하는 태도로 추적을 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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