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자 두 번 울린 금융범죄 사기단… “취업 축하합니다, 급여계좌·비밀번호 알려주세요”

Է:2015-08-26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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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중인 여대생 백모(23)씨는 지난해 6월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다. 그동안 해본 아르바이트는 홀서빙처럼 몸 쓰는 일이 전부였다. 졸업 후에 정식으로 회사를 다니려면 사무직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때 아르바이트 중개사이트 ‘알바몬’에서 찾은 업체가 ‘베스트종합예술’이라는 곳이었다. 갤러리 전시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고 소개돼 있었다.

백씨가 지원서를 보낸 다음 날인 4일 오후 1시쯤 업체 측에서 연락이 왔다. “점심은 한 시간이고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5일 근무하시는 거예요. 국경일하고 주말은 다 휴무예요.” 채용 담당자라는 남자는 근무조건을 알려줬다. 이어 “(원래) 면접 보고 해야 되는데 전시회 일정이랑 이런 게 많아서 시간이 안 된다. 그래서 이력서만 보고 뽑았다”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급여 계좌로 쓰게 우체국에서 계좌를 만들어 통장 사본을 다음 날까지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다. 해당 계좌에 딸린 체크카드도 함께 요구했다.

백씨는 미심쩍었지만 출입증을 체크카드에 심으려는 것이라는 말에 믿었다. 9일 오후 4시 반쯤 약속 장소인 서울 지하철 7호선 논현역 4번 출구 쪽에서 한 남자가 카드를 받아갔다. 이후 업체 측에서는 “카드에 접근이 안 된다”며 비밀번호를 물어왔다. 백씨는 찜찜해 하면서도 원래 이런 건가 싶어 번호를 알려줬다.

며칠 뒤 전화를 해온 건 그 업체가 아니라 우체국이었다. 우체국 직원은 백씨에게 “당신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고 알렸다. 업체 측에 연락하자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졸지에 대포통장 제공자가 된 백씨는 최근까지 1년간 모든 금융 계좌가 막혀 있었다. 기존 계좌나 카드를 사용할 수도, 새로 만들 수도 없었다.

심지어 백씨는 자신의 우체국 계좌를 이용해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소송까지 당했다. 피해자 2명 중 1명이 2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백씨는 사정해서 50만원을 깎고, 나머지 150만원을 4차례에 나눠 송금했다. 스키장과 당구장 등에서 월 100만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갚았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백씨 등 청년 구직자 221명에게 급여통장 명목으로 은행계좌를 받아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행용 대포통장으로 유통시킨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황모(28)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차모(27)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임대아파트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아르바이트를 찾는 청년들을 겨냥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을 미끼로 가로챈 계좌는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 조건만남, 중고품 거래 사기 등 233건의 사기에 악용됐다. 확인된 피해액만 25억원에 달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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