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40년 적폐 청산하고 FIFA 새 시대 이끌 것”… 佛 파리서 차기 회장 출마 공식 선언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상식과 투명성 그리고 책임성을 되살릴 리더가 필요하다.”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7일 오후 5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FIFA 차기 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FIFA 개혁 방안을 밝혔다. 내년 2월 26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치러지는 차기 회장 선거에서 정 명예회장이 당선되면 한국 스포츠 위상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FIFA 회장은 6개 대륙의 축구연맹을 거느린 세계의 ‘축구 대통령’이다. FIFA 회원국 수는 유엔 가입국(193개국)보다 많은 209개국에 달한다.

◇반부패·탈유럽 전략으로 승부=정 명예회장은 출마 선언문에서 “1904년 FIFA는 이곳 파리에서 시작됐다”며 “그 후 111년 동안 8명의 회장이 배출됐는데, 사실상 모두 유럽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고 FIFA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선거의 핵심은 제프 블라터(79) 회장이 40년간 구축해 온 부패 체제를 계속해서 이어 갈 것이냐, 말 것이냐다”며 “FIFA 회장이 된다면 4년 임기 한 번만 회장직을 맡을 것이다. FIFA를 4년 안에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유럽이 그동안 분별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면 오늘날 FIFA가 이런 혼란에 빠져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아시아(44억)와 아프리카(12억) 두 대륙 인구를 합치면 세계 인구의 80%가 된다”고 했다. 반(反)유럽세 결집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회원국이 한 표씩 행사하는 회장 선거에선 아프리카축구연맹이 54표로 가장 많은 표를 갖고 있다. 유럽(53표) 아시아(46표) 북중미카리브해(35표) 오세아니아(11표) 남미(10표) 순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지지(100표)를 얻으면 승산이 있는 셈이다.

정 명예회장은 선거 공약으로 회장과 집행위원회 및 사법기구 간 ‘견제와 균형’ 강화, 총회에서 토론 활성화, 회장직 임기 제한, 재정 투명성 제고, 회장 급여를 비롯한 제반 비용 공개, 각국 협회에 제공하는 재정지원프로그램 증대, FIFA 내 각급 직위에 여성의 대표성 확대, 여자월드컵 위상 강화 등을 내놓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몽준 vs 플라티니 양강 구도 전망=세계 축구계는 선거가 정 명예회장과 지난 7월 출마를 선언한 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타 후보로는 지난 5월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에게 패한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와 무사 빌리티(67) 라이베리아연맹 회장, 브라질의 전 축구스타 지코(62), 데이비드 지놀라(48)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플라티니에 대한 비방 문건과 추문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플라티니의 추악한 비밀’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익명으로 독일어권 매체에 전달됐다. 문건에는 플라티니가 카타르와 관련이 있는 만큼 FIFA 수장에 오르는 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티니가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찬성했는데, 이후 변호사인 그의 아들이 프랑스 명문구단 파리생제르맹(PSG)을 소유한 카타르 국부펀드에 취직했다는 것이다.

블라터는 네덜란드 일간 ‘데 폴크스크란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5월 FIFA 총회 회의장에서 플라티니가 FIFA 회장 경선 출마를 철회하지 않으면 교도소에 가야 할 것이라고 자신의 형 피터(80)를 위협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플라티니는 현재 유럽은 물론 아시아, 남미,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명예회장의 경우 겉으로 드러난 우호 세력은 없지만 17년 동안 FIFA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인맥을 구축해 놓았다. 그가 이러한 지지세를 확인하고 출마선언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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