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엄마와 아이들이 큰절을 올리자 할머니들은 손뼉을 치면서 따뜻하게 맞이했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로 ‘평화의 우리집(평화의집)’은 특별한 만남의 장이었다. 3년 전 한국교회봉사단이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처로 마련한 이곳에 다문화 모자(母子) 가정 쉼터 ‘유니게의 집’ 식구 7명이 방문한 것.
㈔글로벌디아코니아(이사장 김삼환 목사) 산하 단체인 유니게의 집에는 한국으로 시집왔다가 이혼 등 가정 해체로 갈 곳을 잃은 이주여성과 자녀 등 6가정 10명이 살고 있다. ‘유니게’는 사도 바울의 제자였던 디모데의 어머니로 그리스인 남편을 둔, 성경 속 다문화가정의 여성이다.
평화의집에 머물고 있는 김복동(89) 길원옥(88) 할머니는 ‘아픈 한국사’의 산 증인이다. 김 할머니는 14세 때 일본군에 붙잡혀 가 6개국으로 끌려다니면서 일본군위안부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길 할머니도 일본군위안부로 험난한 세월을 보내면서 20대 때 자궁까지 드러내야 했다.
베트남 출신의 투이투옹(가명·30)씨는 평화의집에 들어서자마자 월남쌈과 녹두 빙수, 과일과 우엉차 등을 탁자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날 아침 황지나(30·베트남)씨 등 쉼터 식구들과 함께 십시일반 돈을 모아 준비한 음식들이다.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 밥상을 보고 김 할머니는 “먹을 게 와 이리 많노?”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음식을 나누고 대화가 오가면서 분위기는 더욱 훈훈해졌다. 유니게의 집 성종숙 소장은 “방문 전에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쉼터 가족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면서 “자신들뿐 아니라 이곳 할머니들도 커다란 아픔을 지닌 분들임을 알고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이주여성 자녀들의 앙증맞은 노래 솜씨에 길 할머니는 애창곡인 ‘남원의 봄 사건’으로 화답했다. “전라남도 남원고을 바람났네 춘향이가∼”
유니게의 집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 윤미향)를 통해 길 할머니 등 전국 각지에 있는 48명의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여름 의류도 전달했다. 글로벌디아코니아 사무총장인 김성태(명성교회) 장로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드러내면서까지 일제의 만행을 알리고 사죄를 촉구하는 할머니들의 삶에 쉼터 여성들이 큰 도전을 받았다”고 말했다.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들른 투이투옹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삶의 용기를 얻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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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아픔 씻어낸 아주 특별한 만남… 가정해체 겪은 다문화 母子가족, 위안부 할머니 쉼터 찾다
다문화 7명, ‘평화의집’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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