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의 마찰로 전도집회가 중단돼 움츠려 있을 줄 알았던 내가 더 열심히 전도하는 모습을 보고 동네 이슬람 지도자들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주님이 주신 약속을 붙잡았기에 담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슬람 신도들은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전도하는 것은 방해하면서 자녀들을 우리 학교에 보내고, 아프기만 하면 나를 찾아와 약을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가난한 이들은 약국이나 병원에 갈 처지가 안 되었고 내가 주는 진통제 몇 알과 소화제, 연고 등 상비약으로도 쉽게 치료가 되었다. 나는 마을의 의사 아닌 의사였다.
하루는 약을 달라고 온 사람이 전도집회 설교 때 중간에 일어나 큰 소리치며 소동을 일으킨 사람이었다. ‘누리’라는 이름을 가진 그에게 내가 어떻게 왔느냐고 묻자 “배가 아파서 왔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으로 알았지만 당시 집회중단 충격이 커서 그의 얼굴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 약 여기 있소. 약은 드리지만 배 아픈 것은 낫지 않을 거요. 그 이유는 당신이 지난번 행사를 망쳐 버렸기 때문입니다. 회개를 해야 예수님이 병을 고쳐주실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한 것은 하나님께서 내게 영권을 주셨다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정말 그는 낫지 않아 계속 나를 찾아왔고 “예수 믿고 회개해야 한다”는 말을 처음엔 믿지 않다 계속 병이 낫지 않자 결국 백기를 들고 예수를 믿겠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세례를 주기로 했고 사람들이 안보는 밤 시간을 틈타 강물에서 세례식을 거행했다. 그 역시 자신이 세례받은 것을 절대 알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고 나도 그 약속을 지켜 주었다.
참 감개무량했다. 이 마을에서 학교와 교회를 시작해 예배를 드린 지 3년 6개월 만에 첫 세례자가 나온 것이다. 교회 나온 지 오래되고 열심인 성도들도 세례를 꺼리는데 누리라는 이 친구는 배짱이 있다고 판단됐다. 나는 그를 교회 지도자로 키우겠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 10시부터 일대일 성경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가 직장에 나가 한 달에 2500다카(5만원)를 버는데 내가 성경공부를 매일 2시간만 하면 3000다카(6만원)를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신 하루라도 빠지면 돈을 주지 않기로 약속했다.
머리가 명석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누리 형제는 내가 가르치는 성경공부 내용을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 빨아들였다. 더구나 말주변이 대단해 가르친 것을 설교로 시켜보니 나보다 몇 배 나은 것 같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지난번 집회를 망친 자를 회심케 해서 교회의 일꾼으로 삼아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누리는 수단이 좋은 것인지 믿음이 좋은 것인지 정말 전도를 척척 해내 주민들을 교회로 데려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전과가 화려한 폭력배로 동네에서 소문이 아주 안 좋은 자였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슬슬 피하는 정도였는데 이렇게 예수 믿고 딴 사람이 된 것이다. 그는 세례를 받고 연말까지 무려 35명을 전도했다.
나는 여기서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를 보았다. 전도집회를 망쳐버렸던 자를 들어 전도자로 세우는 이 일은 인간의 힘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를 향해 힘내라는 하나님의 명령이었다.
한국에서 많은 인원을 오게 하고 정성을 다해 전도집회를 열었지만 한 영혼도 구원받지 못하고 실패한 행사가 되고 말았다.
반면 주님이 허락하시니 단 한 명만 움직였는데도 35명이 교회에 나오는 역사가 일어남을 보여주신 것이다. 바로 이렇게 방글라데시 선교를 하라고 말이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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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박천록 (10) 전도집회 방해하던 폭력배, 회심 후 35명 전도
전과 화려하던 누리, 세례 받고 새사람… 하나님 섭리 깨닫고 전도 사역 더 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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