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과 초여름 물푸레나뭇과 수수꽃다릿속 나무들은 향기로운 꽃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수수꽃다리, 정향나무, 털개회나무, 꽃개회나무(사진), 섬개회나무 등이 우리나라에 자생한다. 수수꽃다리라는 예쁜 이름은 꽃차례의 모양이 수수이삭과 비슷하여 수수꽃이 달리는 나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라일락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대체로 잎이 라일락보다 더 크고 색이 더 진하다. 이들은 예부터 토종의 꽃향기를 대표했다. 그러나 물이 많으면서도 양지바른 개활지라는 까다로운 서식조건 때문에 요즘은 보기 어려워졌다.
수수꽃다리와 라일락은 공원이나 저지대에, 나머지는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높은 산중에서 그나마 가끔 볼 수 있는 게 정향나무와 꽃개회나무다. 정향나무는 잎이 작고 타원형에 가까운 반면 꽃개회나무는 잎이 크고 약간 길쭉하다. 꽃개회나무 꽃의 향은 강렬하면서도 은은한 반면 정향나무 꽃향기는 독할 정도로 진하고 요염하다.
지난 22일 설악산 끝청∼중청대피소 코스를 걸으면서 꽃이 만개한 꽃개회나무 터널을 만났다. 지난해 왔을 때 나무마다 꽃봉오리가 안 맺히거나 한두 다발 피는 데 그쳤지만 올해에는 꽃대궐을 이룰 정도로 많이 피었다. 코가 얼얼할 정도로 강한 향기가 미풍에 실려 왔다. 좁은 탐방로를 비집고 들어온 꽃들이 문자 그대로 꽃터널을 이뤘다.
그러나 이런 초여름의 호사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환경부는 8월 중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강원도와 양양군이 추진 중인 오색약수터∼끝청 케이블카 사업의 승인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상부 정류장 예정부지는 끝청에서 4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곳에서 반경 200m 원시림이 전망대 데크로 훼손될 예정이다. 여기에서 끝청까지는 꽃개회나무, 분비나무, 눈잣나무가 많은 곳이다. 케이블카 구간에는 산양 등 멸종위기종도 다수 서식한다. 다른 경관 좋은 곳들을 두고 왜 하필 이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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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임항] 설악산 꽃개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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