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을 현대미술 전파할 아이콘으로?… 서울시립미술관, ‘피스마이너스원’ 展

공공미술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이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에 나섰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은 9일부터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과 국내·외 작가들의 협업 전시인 ‘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어서’를 시작한다. 전시는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마이클 스코긴스, 소피 클레멘츠, 유니버설 에브리띵, 패브리커, 콰욜라, 손동현, 권오상, 건축사무소 SoA, 방&리 등 국내·외 작가 14명(팀)이 참여해 대중음악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설치, 영상, 회화 등을 선보였다.

‘피스마이너스원’은 평화로운 유토피아적 세계와 결핍된 현실세계의 교차점을 의미한다. 8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지드래곤은 “원하던, 원치 않던 자신을 노출시키고 살아야 하는 아이돌의 삶은 전시 제목 ‘피스마이너스원’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화려해보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공허함도 느낀다. 그런 걸 작가들과 얘기했다”고 말했다.

권오상 작가가 사진을 이어붙여 입체처럼 만든 ‘무제의 지드래곤’은 지드래곤이 마이크를 무기 삼아 좀 더 젊은 자신을 찍어 누르는 형상이다. 권 작가는 “대천사 미카엘이 악마를 밟아 누르는 16세기 회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이돌의 세계 역시 과거를 부수고 나가야 하는 일임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한지에 그린 슈퍼맨으로 유명한 손동현은 대중문화를 민화의 ‘문자도(文字圖)’처럼 풀어낸 ‘힙합연대기’, 미국 작가 마이클 스코긴스는 지드래곤이 이미지를 거대한 노트 위에 회화적으로 표현한 ‘안녕, 내 친구 지드래곤’을 걸었다.

‘미술애호가’로서의 지드래곤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그의 소장품으로 꾸민 패브리커의 ‘(논)픽션 뮤지엄’ 정도다. 현대조각의 거장 칼더의 조각과 영국 현대미술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을 갖고 있는 그는 컬렉션 기준을 묻는 질문에 “뚜렷한 기준이 없고, 기준이 생길 만큼 컬렉팅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아이돌 스타를 아티스트 이미지화하려는 연예기획사 전략에 공공미술관이 동원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당초 전시 장소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검토했다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미술관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희 관장은 “미술관은 엘리트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문턱을 낮춰 현대미술과 거리가 멀었던 청소년과 대중음악 팬들을 미술관으로 유도하고 관람객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8월 23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의 입장료는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1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2012년 1월 김 관장 취임 이후 블록버스터 전시를 지양하면서 대부분의 전시는 그동안 무료로 열렸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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