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제 검찰’ 공정위 과장이 수억대 뇌물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은 업계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사정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한 달째 잠적 상태다. 국무총리 교체 전후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공직기강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2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대전사무소 총괄과장인 C사무관(53)이 대형 유통기업 A사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C사무관은 2012년 2∼9월 공정위 가맹거래유통과 재직 시절 현장조사 내용을 사전에 A사에 유출했다. 당시 C사무관은 현장조사 일정, 공정위 내부 움직임 등을 A사 P부장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줬고, P부장은 이를 K전무 등 고위층에 보고했다. 2012년 당시는 백화점 판매수수료 인하를 위한 공정위의 전방위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쉽게 말해 공정위의 일거수일투족이 대기업에 생중계된 셈이다. 이후 C사무관은 대전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A사 측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지난해 신축한 A사 동부산점 상가 입점권을 자신의 가족 명의로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동부산관광단지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는 C사무관의 혐의를 포착한 뒤 지난주 공정위 대전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혐의가 중하다는 판단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전날 저녁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자마자 C사무관을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A사로부터 입점권을 뇌물로 받은 이종철 전 부산도시공사 사장 등 정·관계 인사 10명을 구속 기소했다. C사무관도 이들과 같은 수법으로 상가 입점권을 뇌물로 받았다.

C사무관의 비리 사실을 알게 된 공정위는 이른바 ‘멘붕’ 상태다. 지난해 12월 정재찬 위원장 취임 이후 ‘갑의 횡포’ 근절을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갑’인 대기업과 공정위 현직이 유착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은 그동안 공정위 관련 조사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시 사전통보 및 임의제출 방식을 취해왔으나, 지난주 대전사무소 압수수색은 작정하고 불시에 들이쳤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산업부 원전환경과 J사무관은 원전 관련 협력업체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에 관한 국민권익위원회 제보가 접수되자 지난 4월 말부터 출근하지 않고 잠적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세종청사 이전 이후로 공무원 비리는 봇물 터지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취임 이후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공직사회를 함께 옥좼다. 그러나 이 전 총리 낙마 이후 공직기강 확립은 흐지부지된 상태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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