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욱 특파원 카트만두 르포] 4.3 여진에도 죽음의 두려움 엄습

28일(현지시간) 이른 아침 뜬 해를 보면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잔해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무너진 일상 위로 다시 해가 뜨고 서광이 찬란하게 비친다는 사실은 공평한가, 부조리한가. 차가운 길바닥에서 긴 밤을 보내고 새 아침을 맞았다고 극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삶이 무너지는 속도와 재건되는 속도는 지나치게 불균형했다.

사람들은 오전 7시가 되기도 전에 길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나흘째 천막에서 노숙을 했다. 네팔 정부는 이날 오후까지 사망자가 4500명에 육박하고 부상자는 8000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네팔 사람들은 아침을 죽음의 소식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짜잔뉴스] 네팔 카트만두 르포



네팔에서 지진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전날 밤 9시26분(한국시간 28일 0시41분) 기자가 카트만두 타멜의 식당에서 늦은 식사를 마치고 사진기자와 다음 일정을 상의하고 있을 때도 땅은 흔들렸다. 우리는 10㎏쯤 되는 마호가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무거운 의자는 물결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무튜브처럼 울렁거렸다. 느낌으로 5㎝는 들리는 듯했다. 진동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천장과 유리가 차례로 흔들리며 파르르 떨었다. 큰 파동이 지나간 뒤 작은 진동이 잔물결처럼 엉덩이 아래로 지나갔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서양 남성 3명은 재빨리 건물 밖으로 나갔다. 두려움보다 이렇게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겠구나 하는 무기력감에 압도됐다.

진동은 다시 오지 않았고 피해는 없었다. 현지 속보를 확인한 현지인이 규모 4.3의 여진이라고 전해줬다. 식당과 숙박업소 종업원들은 이불을 들고 칠흑 같은 밖으로 나갔다. 여진은 밤사이에도 있었다고 다른 기자가 말했다. 휴대전화로는 외교부 명의로 ‘네팔 여진 계속 발생. 체류 국민은 건물에서 떨어진 공터에서 안전 대피 요망’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전날 오후 발신된 것이 한참 뒤에야 도착했다. 카트만두는 통신이 불안정하다. 현지 안내를 해준 산드라 브라카스 스레스더(35)씨는 “상당수 지역의 통신이 끊겨 가족끼리도 연락을 제대로 못한다”고 말한다.

28일에는 카트만두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인접 도시 박타푸르를 찾았다. 카트만두와 함께 카트만두 계곡에 들어와 있는 이 도시는 피해가 더 크다. 카트만두에서 박타푸르로 갈 때 지나는 넓은 아스팔트 도로는 초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 앞으로 ‘네팔 경찰이 확인 중이니 멈추라’는 내용의 철제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땅은 최대 1.5m 너비로 벌어졌다. 갈라진 단면의 위쪽은 4∼10㎝ 두께로 포장된 아스팔트. 아래는 다져진 흙과 자갈이었다. 깊은 곳은 2m가 넘었다. 이 땅은 ‘쩍’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벌렸을까. 아이들은 제 키보다 넓게 벌어진 틈새를 건넜다. 도로에 접한 건물 계단은 땅이 내려앉으면서 맨 아랫단이 윗단과 분리됐다. 코를 풀었더니 새카만 먼지가 가득했다.

카트만두=글 강창욱 특파원, 사진 서영희 특파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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